[헤럴드경제=윤호 기자]민사 전자소송에서 당사자가 시스템에 등록된 문서를 확인하지 않아도 등록 사실을 통지한 뒤 7일이 지나면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민사소송 등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 11조 4항에 대해 지난 18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에 따르면 전자소송에 동의한 일방이 시스템에 등록된 전자문서를 ‘등록 사실을 법원이 알린 때’부터 1주 이내에 확인하지 않으면 적법하게 송달된 것으로 간주한다. 통상 법원은 문서 등록과 함께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등으로 등록 사실을 통지한다.
헌법소원 청구인 A씨는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항소심 변론에 2회 무단으로 불출석하고 별도의 기일 지정 신청도 하지 않아 ‘소 취하 간주’로 소송이 종료됐다.
그는 변론 기일 통지가 누락돼 변론에 출석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냈으나 기각되자 2022년 1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재는 “전자 송달 간주 조항을 두지 않는다면 소송당사자가 재판 진행을 지연시키려는 의도에서 일부러 등재된 전자문서를 확인하지 않는 경우 재판이 한없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며 해당 조항이 헌법 원칙에 부합한다고 봤다.
또 “전자문서의 확인은 전자소송 시스템에 접속해 로그인하는 간편한 절차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자 송달 간주 조항에서 정하는 1주라는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송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문서를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한 보완 규정도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해당 규정이 A씨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 관계자는 “전자 송달 간주 조항의 합헌 여부에 관한 최초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