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콘서트홀의 시그니처 프로그램 ‘오르간 오딧세이’무대에 서는 오르가니스트 이민준이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오르간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롯데문화재단 제공] |
일곱 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 한국예술종합학교 기악과(피아노 전공)에 진학했다. 하지만 단 30분의 연주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그는 기악실기 수업에서 바흐의 ‘전주곡과 푸가 마장조(BWV 522)’를 오르간으로 연주한 이후 이 악기에 완전히 매료됐다.
바흐의 오르간 음악에 깊이 매혹된 젊은 음악가 이민준(26)은 그 후 다수의 국제 오르간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받는 오르가니스트로서 대중 앞에 섰다. 그는 30일 국내 단 2대 뿐인 파이프 오르간 중 한 대를 보유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오르간 오딧세이’무대에 선다.
이민준은 앞서 2021년 ‘제10회 생모리스 국제 오르간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지난해 제2회 한국 국제 오르간 콩쿠르 우승하며 롯데콘서트홀 오르간 오딧세이는 물론 ‘오르간 시리즈 리사이틀’, ‘슈투트가르트 리사이틀’특전을 따냈다.
30일 무대를 앞두고 이민준은 최대한 실전과 같이 파이프 오르간으로 연습하기 위해 유학하고 있는 독일에 최대한 머물렀다. 국내에서는 연습용으로 사용할 만한 오르간을 구하기 어려운 탓이다.
2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난 그는 “독일과 프랑스 등에는 학교 연습실에도 파이프 오르간이 있다”며 “지난주 금요일(19일)에 한국에 들어온 이후부턴(연습을 위해) 성당이나 교회를 수소문해서 연습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번 무대에서 이민준은 피아니스트 김경민과 함께 듀엣으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쉬운 음악을 선보인다. 이민준은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과 부모님들, 오르간이란 악기를 처음 접해보시는 분들이 즐길 수 있도록 유명한 오케스트라 음악을 오르간 음악으로 편곡했다”고 했다.
영화 ‘해리포터’시리즈의 음악, 미국 작곡가 조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등이 플레이리스트에 올랐다. 이민준은 “개인적으로 제일 흥이 나고 재미있는 곡은 처음 해보는 재즈음악과 마지막 곡인 거슈윈의 랩소디”라며 “굉장히 다채롭고 신이 나 관객 분들도 쉽게 들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무대에 오를 곡 중 일부는 이민준이 직접 오르간 ‘스탑’을 조합, 편곡했다. 오르간에는 68개의 스탑이 있는데, 각각 현악기와 관악기의 소리 등을 가지고 있다. 오르가니스트는 이를 조합해 음색을 구현한다. 이민준은 “해리포터 음악과 거슈윈의 랩소디 원곡을 들으면서 소리를 상상해 스탑을 조합했다. 어떻게 하면 오케스트라와 비슷한 소리를 많이 낼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10월 3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개최될 독주회 ‘이민준 오르간 리사이틀’에서는 이민준을 오르간의 세계로 이끌었던 바흐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이민준은 “이때에는 제가 독일에서 공부했던 것들, 학구적이고 오르간 음악의 진수를 보여주는 ‘대곡’을 많이 해보려고 한다”며 “바흐의 파사칼리아(무곡), ‘코랄 전주곡-깨어나라고 부르는 소리 있어(BWV 645)’등을 비롯, 독일 작곡가 막스 레거, 일본 작곡가 니시무라 유키에의 작품과 박영희 선생님의 ‘오르간을 위한 기도 중에’등을 연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대를 보러 올 관객들이 ‘오르간 음악이 어렵지 않구나’라는 느낌을 받아갔으면 좋겠다”며 “국내에서도 오르간이라는 악기가 피아노나 다른 악기처럼 생소하지 않고 편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