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수요정체기)과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을 뚫고 올해 2분기 역대 분기 최고 매출액과 영업이익 신기록을 세웠다. 하이브리드(HEV)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부가 차량 판매량이 늘어난 데 따른 효과로 분석된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5일 실적 발표에서 도매 판매량 105만7168대, 연결기준 매출액 45조206억원(자동차 35조2373억원, 금융 및 기타 9조7833억원), 영업이익 4조 2791억원, 당기순이익 4조1739억원(비지배지분 포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0.7% 늘어나면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했고, 매출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증가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9.5%를 기록했다. 차량 판매는 도매 기준으로 전년 대비 0.2% 줄었지만, 차량 평균 단가가 상승하고 환율 환경이 우호적으로 작용하면서 수익성이 높아졌다.
호실적 비결에는 HEV의 글로벌 판매 호조가 꼽힌다. 현대차의 2분기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대수(상용 포함)는 전년 동기대비 0.2% 증가한 19만2242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HEV 판매량은 12만2421대로 전년 동기 대비 26.4% 급증했다. 반면 전기차(EV)는 전지구적으로 캐즘 여파가 겹치면서 24.7% 감소한 5만8950대에 그쳤다. 국내 시장에서도 EV가 수요 둔화 및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전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한 반면, HEV는 전체 비중에서 22.3%를 차지하며 선방했다.
SUV 역시 매출과 수익성 개선에 효자 노릇을 했다. 2분기 전체 차량에서 SUV 판매 비중은 58.4%로 1년 전(56.1%)보다 더 올랐다. SUV는 같은 플랫폼을 쓰는 세단 대비 30% 가량 비싸고, 이익도 더 많이 남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승조 현대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수익성 측면에서 봤을 때 HEV는 두 자릿수로 내연기관과 비슷하고, 한자릿수인 전기차보다는 좋은 편”이라면서 “특히 북미 시장에서는 지난해 2분기 11% 수준이었던 하이브리드 침투율이 올해 2분기 15%까지 증가하면서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시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북미 시장에서 자동차 관련 주요 친환경 정책이 폐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오랜 시간 다져온 유연한 생산 체계를 바탕으로 IRA 지원 규모가 축소되면 하이브리드차량 판매 물량을 대폭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현대차는 오는 4분기 가동 예정인 미국 조지아주 소재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하이브리드도 생산할 수 있는 겸용 공장으로 변경한 상태다.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글로벌 수요 둔화와 업체 간 경쟁 심화 등은 향후 리스크 요인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이와 관련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라인업 확대 ▷캐스퍼 일렉트릭(해외명 인스터) 글로벌 론칭 ▷하이브리드 라인업 기술 개발 및 라인업 확대 등을 통한 친환경차 판매 제고 ▷생산 및 판매 최적화를 통한 판매 극대화 ▷SUV·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을 통해 대응해 나간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