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구영배 큐텐 회장 “상황 안정 못 시켜 출국 못해”

구영배 큐텐 회장[큐텐 그룹 제공]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구영배 큐텐그룹 회장이 27일 “상황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있어 출국은 못한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이날 본지에 문자를 보내 출국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국내에서 나름 최선을 다해 답을 찾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 회장의 소재는 티몬과 위메프의 주요 임원들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은 이날 서울 강남 티몬신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구 회장이 국내에 머물고 있는 지를 묻는 질문에 “정확하게 어디 있는 지 모르겠다”며 “지금 정확하게, 최근에 연락을 따로 취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앞서 권 본부장은 환불 지연 소비자들에게, 구 대표의 소재에 대해 “이번주까지는 한국에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구회장은 지난 25일에도 본지에 문자를 보내 “위기대응 조치를 신속히 해 상황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이틀 동안 상황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특히 위메프·티몬 등 큐텐계열사에 입점한 판매자들의 줄도산 위험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통령은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지급해 이들을 돕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18일 싱가포르에서 귀국했지만 공개석상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사태와 관련해, 25일 큐텐 측의 첫 기자회견이 열렸는데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건 구 회장이 아닌 류화현 위메프 대표였다. 류 대표는 “소비자 피해 회복 위해 최선의 노력 다하겠다”며 향후 대응 계획을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구 회장이 무리한 ‘몸집 불리기’가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지난 2003년 G마켓을 설립해 2009년 이베이에 매각했다. 이후 싱가포르에서 큐텐을 설립했다. G마켓의 매각 조건이었던 ‘10년간 겸업 금지’ 조항이 풀리면서 공격적으로 국내외 플랫폼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티몬을, 작년에는 인터파크쇼핑과 위메프를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한 기업들의 재무 상태가 수익성이 좋지 않아 ‘굴릴 돈’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같은 상황을 언급하며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큐텐의 위메프 인수를 공정위가 승인한 게 문제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몬의 2022년 기준 자본 총액은 -6386억원이다.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1309억원으로 전년보다 22% 줄었다. 2021년 기준 555억원이던 현금(보통예금)은 2022년 80억원으로 감소했다. 지급보증서 발급을 위한 담보가 잡혀있는 16억원은 쓸 수 없는 상태다. 위메프 역시 2022년 기준 자본 총액은 -2398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티몬과 위메프의 재무상황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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