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올림픽서 성화 수난…조직위, 예비용 성화 준비
2024-07-26 20:43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맏형 진이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근처에서 파리올림픽 성화를 봉송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정호원 수습기자] 2024 파리올림픽의 개막식이 한국 시각으로 내일(27일) 새벽 2시 30분에 시작한다. 하이라이트는 당연 성화 점화다. 그런데 성화를 옮기는 과정에서 불이 꺼지면 어떻게 될까. 꺼진 채로 달릴까? 출발지로 다시 갈까? 아니면 예비용 성화가 있을까.
정답은 이렇다. 미리 준비한 ‘예비용 불꽃 램프’를 통해 성화에 다시 불을 붙인다. 그 이유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정신을 상징하는 성화는 그리스에서 가져온 불꽃만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번 2024 파리올림픽도 예외는 아니다.
항상 예비용 성화를 준비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사건이 있었다. 1978 몬트리올 올림픽 때였다. 당시 갑작스러운 폭풍우가 몰아쳐 성화가 꺼졌고, 급히 라이터로 불을 다시 붙인 해프닝이 있었다. 이에 IOC는 올림픽 성화엔 그리스에서 가져온 불꽃만 사용해야 된다고 발표했고, 이후 예비용 성화를 준비하게 됐다.
실제 폭풍우 등 기상환경, 시위대의 방해 등으로 인해 성화가 꺼지는 사건은 종종 발생한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성화가 전달될 때 불꽃이 꺼질 확률을 2~5%로 추산한다.
역대 사례를 살펴보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카누 경기장에서 운반되던 성화대에 급류로 인한 파도가 덮쳐 불꽃이 꺼졌다. 의도적인 방해로 성화가 꺼지는 일도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성화는 반주 티베트 시위대의 저항에 부딪혀 3차례 불꽃이 사그라드는 사건이 벌어졌다.
2016 리우 올림픽 땐 정치적인 문제로 성화주자에게 물을 뿌리거나, 소화기를 분사해 성화를 끄려고 했던 불청객도 종종 나타났다.
지난 7월 20일 카누 슬라럼 코스를 통과하는 2024파리올림픽 성화. [게티이미지닷컴] |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떤 환경에서도 불꽃이 유지되도록 하는 성화봉의 성능이다. 2024파리올림픽 성화봉 제작은 프랑스 디자이너 마티외 르아뇌르가 맡았다. 재질은 재활용 및 재생 가능 자원에서 추출한 아르셀로미탈 스틸이다. 강철 소재임에도 무게가 1.5kg에 불과하다.
조직위는 성화가 꺼지는 만일의 사태도 대비한다. 성화 주자 곁엔 항상 성화봉 전문가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면서 성화봉의 상태를 주시하고 점검한다. 연료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불꽃 모양이 이상해지면 신속히 수리에 나선다.
성화 자체가 꺼질 때에 대해서도 대비한다. 성화봉송 대열 뒤엔 미니버스가 그리스에서 봉송해온 ‘예비용 불꽃 램프’를 싣고 따라온다. 불이 꺼지면 다시 붙여 봉송 레이스가 이어질 수 있도록 조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