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하다. [연합]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우리 수출이 반도체·자동차 호조에 힘입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5위’ 로 진입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올해 상반기 한일 간 수출액 격차가 35억달러로 역대 최소로 좁혀졌기 때문이다.
28일 글로벌 경제 데이터업체 CEIC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수출액은 3348억달러로, 작년 상반기(370억달러)와 비교해 9.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의 수출액은 작년보다 3.6% 감소한 3383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른 양국간 상반기 수출액 격차는 35억달러로, 역대 가장 적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역사상 단 한 번도 수출에서 일본을 앞선 적이 없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동차, 전자, 조선, 기계 등 주력 산업을 기반으로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며 수출 규모가 1990년대 4000억달러대로 커진 데 이어 2000년대 7000억달러, 2010년대 8000억달러 규모로 꾸준히 성장했다.
그러나 일본의 수출은 2011년 8236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우하향하는 추세다. 주력인 자동차·조선·중간재 등 산업이 중국과 한국 등의 도전으로 고전하면서 최근 수출이 2021년 7560억달러, 2022년 7358억달러, 지난해 7173억달러 등으로 꺾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인공지능(AI) 붐을 탄 반도체산업의 성장과 전기차·하이브리드차의 인기로 인한 자동차 판매 확대로 수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우리 수출은 2021년 6444억달러에서 2022년 6836억달러로 늘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뒤 지난해 6322억달러로 다소 감소했으나, 올해 반도체 수출 회복과 자동차 수출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대인 700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이 같은 무역 흐름 속에 한일 간 수출액 격차는 2008년 3599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좁혀지는 추세다.
한일 간 수출액 격차는 2010년 337억달러에서 2011년 2683억달러로 축소된 이후 2000억달러 박스권으로 내려왔고, 2012년 2506억달러로 축소된 뒤에는 1000억원대 박스권에서 줄곧 움직이고 있다.
2020년대 들어서는 2022년 이 격차가 632억달러, 지난해 850억달러로 좁혀지면서 수백억달러 이내로 줄었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격차가 35억달러에 불과해 일본의 수출 정체 추세에 우리의 수출 상승세가 더해지면 연간 수출액의 한일 간 역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우종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우 수출 주력인 자동차 분야에서 최근 부품 인증 신뢰도 이슈가 제기되는 등 전반적으로 수출 회복이 더딘 상태"라며 "반면, 한국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분야에서 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어 올해 수출액 역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의 수출 증가세는 세계 주요 수출국 사이에서도 독보적이다. CEIC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세계 10대 수출국 가운데 전년 동기 대비 수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한국으로 9.9%에 달한다.
그 뒤를 멕시코(4.4%), 미국(1.4%), 중국(0.1%), 이탈리아(0.1%) 등이 따랐고, 일본(-3.2%)을 비롯한 독일(-0.1%), 프랑스(-1.2%), 캐나다(-1.8%), 네덜란드(-5.3%)는 오히려 수출이 줄었다.
1∼5월 누계 수출액 기준 한국은 세계 7위로, 작년 7위 프랑스를 역전했다. 무역협회 통계 기준으로 작년 연간 수출액 세계 8위를 기록했던 한국(6326억달러)은 7위 프랑스(6481억달러), 6위 이탈리아(6767억달러), 5위 일본(7173억달러)과는 수백억달러 차이에 불과해 올해 수출이 강한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세계 5위 수출국 진입도 가능하다는 기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