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동자가 미스비시가 생산한 전기차에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미래차 개발 분야에서 뒤쳐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 완성차업계 내에서 주요 기업들이 서로의 역량을 결집하는 ‘합종연횡’ 전략이 두드러지고 있다. 업계 1위 토요타가 일찌감치 스바루 등 업체와 손을 잡은 가운데, 혼다·닛산 진영에 미쓰비시가 가세하면서 양대축으로 구축되는 분위기다.
중국 업체의 성장으로 실적에 큰 위협이 생기는 가운데, 현대차·기아를 포함한 기존 완성차 업체들 사이 기술 경쟁에서도 뒤쳐지면서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쓰비시가 혼다-닛산과 비밀 유지계약을 맺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보도를 냈다. 지난해 사업년도를 기준으로 한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은 혼다가 약 407만대, 닛산은 344만대, 미쓰비시는 약 81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3사의 총 판매량을 합친 판매 대수는 약 833만대에 달한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 1~3위는 1위 토요타그룹의 1123만3000대, 2위 폭스바겐그룹의 924만대, 3위의 현대차그룹이 약 730만대였다. 3사의 규모만 보면 글로벌 톱3 자리를 위협하는 ‘거대 얼라이언스’가 탄생하는 셈이다.
닛케이는 “3사의 연합이 공동개발·공동생산의 형식을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자동차를 제어하는 운영체제(OS) 소프트웨어를 공통화하고, 경쟁력을 가진 차종이 서로 다른 만큼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의 차량 생산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니산 로고(왼쪽)와 혼다의 로고. [AFP/로이터] |
닛케이는 이와 관련 “전기차 시장 확대로 미국 테슬라나 중국업체들이 세를 키우면서 자동차 산업이 대전환을 맞고 있다”면서 “3사는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3사 동맹은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산 브랜드들에게도 여파를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현대차·기아가 최근 세를 불려나가고 있는 아세안과 인도 시장에서 일본 3사는 모두 차량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3사가 신흥 시장에서 역량을 집중할 경우 현대차그룹과 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혼다의 경우 미국, 닛산의 경우 유럽시장에 각각 생산 기지를 보유하는 등 각 시장에서 입지가 단단한 편이다. 미쓰비시는 여러차례 리콜 사태를 겪으며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현재 주춤한 상황이지만, 독특한 콘셉트를 가진 차량을 선보이면서 마니아층이 두텁다는 강점이 있다.
또한 기술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닛산의 경우 세단에 강점이 있고 전기차(리프) 시장에 빠르게 뛰어든 반면, 혼다는 SUV 시장을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독보적이다.
투자 부문에서도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혼다는 2030년까지 전동화와 소프트웨어에 한화 87조원 투자와 수소트럭 개발, 닛산은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3조3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생산을 강화하고, 그외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통해 전동화 기술력을 높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토요타를 제외하고는 일본 브랜드들이 뚜렷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강점을 모을 경우 더욱 시너지가 발생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연합] |
한편 일본 기업들의 합종연횡과 관련 국내 자동차 업계는 신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SDV(소프트웨어중심차량) 시대로의 전환을 예고한 가운데, 현대차는 수소로드맵 비전을, 기아는 PBV(목적기반모빌리티)를 공개했다. 지난 26일 진행된 2분기 경영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내년도 SDV 자동차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한다는 발표도 냈다.
전동화 비전도 빠르게 추진해나가고 있다. 25일 고객에게 EV3 인도를 시작한 기아는 추가로 EV4를 출시할 예정이며 현대차도 소형 SUV인 캐스커 EV모델과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7를 내놓으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려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