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2024년 신입 전공의 모집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수련병원들이 지난 22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진행하고 있지만, 젊은 의사들이 선호하는 '빅5' 병원에조차 지원자가 전무하다시피 해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련병원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빅5' 병원 5곳 중 3곳의 하반기 모집 지원자는 '0명'이다. 나머지 두 곳 병원에도 지원자는 거의 없다.
'빅5' 병원은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대병원 등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을 말한다. 이 병원들은 전공의 하반기 모집 마감일까지 기다려보겠다면서도 결국엔 지원자가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아산병원은 인턴 131명·레지던트 상급년차(2∼4년차) 309명, 삼성서울병원은 인턴 123명·레지던트 1년차 97명·상급년차 282명, 세브란스병원은 인턴 146명·레지던트 1년차 158명·상급년차 410명을 모집한다.
서울성모병원을 포함해 산하 8개 병원 통합채용을 진행하는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인턴 218명, 레지던트 1년차 209명, 상급년차 590명, 서울대병원은 인턴 159명, 레지던트 1년차 7명, 상급년차 25명을 모집하고 있다.
병원별로 세자릿수 규모의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빅5 병원인 A병원 관계자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며 "교수들 사이에서도 전공의 수련 참여를 보이콧하겠다는 움직임이 있고, 의사 사회에 복귀한 전공의 명단이 돌아다니기도 해 지원자들이 굉장히 조심스러운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빅5 병원인 B병원 관계자도 "아직 지원서를 최종 제출한 경우는 없다"며 "사직한 전공의들이 하반기 모집을 통해 복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병원 관계자는 "지원자들이 눈치를 보다가 31일쯤 지원하겠지만, 많아 지원해도 모집 인원의 10% 정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미 의사 면허증이 있는 젊은 의사들이 인턴이나 레지던트가 아닌, '일반의'로 병원에 돌아올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대거 사직으로 취업난을 겪는 전공의들이 차선책으로 수련병원에 일반의로 취직하는 것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직한) 전공의들이 수련하기 위해 병원으로 돌아오지는 않아도 빅5 병원에 일반의로 근무하기 위해 돌아올 가능성은 있다"며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들을 일반의로라도 채용해야 병원들이 내년 초까지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3일 가톨릭대·고려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울산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6개 의대 비대위원장 명의로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카르텔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고, 그러자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계를 타도와 개혁의 대상으로 여기는 정부의 몰지각한 인식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며 "개탄스럽다"고 맞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