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 임박, 원전 보관도 어렵다” 사용후핵연료…‘한국형 처분기술’ 해법 나올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지하연구시설.[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는 전 세계 모든 원전 가동국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이자 원자력계가 당면한 현안이다.

한국원자력학회가 우리 사회의 난제 중 하나인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형 처분기술 솔루션을 제안했다.

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29일 세종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형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솔루션’을 공개했다. 정 학회장은 이 솔루션을 만들기 위해 5명의 전문가로 특별위원회를 꾸려 약 6개월간 국내외 연구 결과를 심층 분석, 학회 내·외부 전문가의 의견수렴을 거쳤다고 밝혔다.

정 학회장은 “부지를 먼저 구하고 그 부지 특성에 맞게 처분장을 건설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지만, 이 경우 백지상태에서 주민을 설득하기도, 처분 사업의 규모와 방향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큰 원칙을 미리 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1980년대 기술에 근거한 스웨덴, 핀란드의 처분 방식에 머물지 않고 그간 연구를 통해 축적된 지식과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 환경에 적합한 솔루션이 무엇인지 그려보는 것이 필요했다”고 한국형 처분 솔루션을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학회가 제안한 한국형 처분 솔루션은 사용후핵연료를 구리와 주철로 만든 이중 처분용기에 담아, 지하 500m 깊이의 화강암반에 설치한 시설에 처분하는 것으로, 스웨덴, 핀란드 방식과 개념적으로는 동일하다. 다만 처분용기의 구리 두께와 처분용기에 담을 사용후핵연료 다발 수, 처분공 이격 거리 등을 공학적으로 최적화하여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처분장 면적과 처분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학회는 이 솔루션을 적용하면, 원자력안전위원회 고시 제2021-21호의 안전목표치를 만족하는 것은 물론 경제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일 물량을 처분한다고 가정했을 때, 핀란드의 심층처분 개념을 그대로 적용했을 때보다 처분장 면적은 70% 이상 줄고, 경제성은 30% 이상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범진(가운데) 한국원자력학회장이 5일 세종에서 한국형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솔루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한국원자력학회 제공]

학회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장을 2050년대 초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공모 중인 연구용 지하처분연구시설(Underground Research Laboratory, URL)을 조속히 구축하여 조사결과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처분부지 확보를 위한 절차를 병행 추진한다는 전제 아래, ‘제2차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에서 상정한 영구처분장 확보 계획보다 10여 년 단축할 수 있는 일정과 그 근거를 제시했다.

정 학회장은 “우리 학회가 제안한 한국형 처분 솔루션은 그간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큰 방향만을 정한 것이다. 이를 통해 가능성이 높은 방향으로 하향선택을 해나가면서 솔루션 지향적 연구를 한다면 우리나라에 적합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사업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원자력 혜택을 누린 우리 세대가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다.

이어 “사용후핵연료 처분사업 수행을 위해, 규제 요건을 구체화하고 장기 처분 안전성 확인를 위한 방법론을 현실화하는 데 국내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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