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소비 위축 조짐…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듯”

지난 25(현지시간) 미국 뉴욕 오큘러스 월드 트레이드 센터 쇼핑몰에서 사람들이 걷고 쇼핑을 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경제 회복을 지탱해 온 소비 심리가 팬데믹 이후 정점을 찍고 위축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기업들과 경제학자들이 입을 모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5일 발표된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았지만 지난주부터 발표되기 시작한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소비가 정점을 찍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시간대가 26일 발표한 7월 소비자심리지수 확정치는 66.4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앞서 발표된 7월 예비치 66.0보다는 높아졌지만 6월 확정치 68.2와 비교하면 하락한 수치다.

이 같은 수치에 대해 조앤 후 미시간대 조사국장은 “고용 시장 기대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어서 개인 소비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지만 미국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몇 달간 경기 심리에 변동성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고물가는 특히 저소득층의 소비 심리를 계속 끌어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캐시 보스트얀치치 네이션와이드뮤추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저축이 고갈되고 신용카드나 대출 등의 신용한도를 모두 소진한 저소득층이 늘고 있는 데다 고용 시장도 계속 냉각되고 있어 소비자들이 올해 하반기에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주요 기업들도 소비 심리 위축 가능성을 우려했다.

미국 가전업체 월풀의 짐 피터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5일 “소비자들이 지쳤다”며 “고장난 가전제품을 새로 바꾸려는 재량 구매자들의 수요가 약해졌다”고 말했다. 유통업체 램웨스턴도 수요 감소가 최근 몇 달간 빨라졌으며 이는 다음 회계연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맥스 고크먼 프랭클린템플턴인베스트먼트솔루션즈 선임 부사장은 보고서를 인용해 “소비자들이 더 많은 대출을 받고 더 적은 지출을 하는 흐름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FT는 이런 전망이 소비자 지출 둔화가 물가상승률 목표치 2% 달성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만큼 금리 인하 시기를 논의하는 회의를 준비 중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겐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달 초 FT에 일부 기업이 팬데믹 기간 급격한 매출 증가를 보였지만 소비자들이 팬데믹 이전 추세로 돌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지난달 타깃과 월마트 등 대형 슈퍼마켓 체인의 가격 인하는 최근 몇 년간의 고물가를 용인하지 않으려는 고객들의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노엘 월리스 콜게이트-팜올리브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내 소비자들은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전 세계 수요는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CEO도 “선진시장 소비자 사이에서 압력 신호가 있지만 주스나 미네랄워터 등 고가 제품 판매는 증가하고 있다”면서 올해 매출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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