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인하와 일본의 금리 인상 기조란 엇갈린 기조에 양국 금리차가 좁혀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엔(円)화 강세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이달 말 일본은행(BOJ)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가능성이 높아졌단 평가가 나오면서 ‘엔테크’ 막차에 탑승하려는 투자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양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으로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1.77원을 기록했다. 최근 들어 엔화값은 미 달러화와 비교했을 때도 큰 폭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 지난 25일 한때 엔/달러 환율이 151.94엔까지 내려가며 2달여 만에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다. 불과 2주 만에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급등한 것이다.
최근 들어 엔화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오는 30~31일 일본은행이 개최하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면서다.
7월 금리인상론이 급부상하는 배경엔 일본 정부와 여당의 고위 간부들이 잇따라 ‘금융정책 정상화’를 지지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고노 다로(河野太 ) 디지털상은 “일본 엔은 너무 싸다. 일본은행은 정책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직격했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자민당 간사장은 “금융정책 정상화”를 언급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금융시장에선 일본은행이 금리를 현재 0∼0.1%에서 0.1%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64%로 본다. 이달 말에 이어 9월 개최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주목받는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 개시 가능성이 높아지며 미일 양국간 금리차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엔화를 저렴하게 빌려서 다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이 진행, 엔화 강세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외환시장에 선반영되면서 엔화 값은 달러 대비 150엔까지 단기간에 오를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현재 시점이 엔화가 가장 쌀 때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투자자들 사이에 돌면서 ‘엔테크’ 막차에 탑승하려는 사람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는 모양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6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엔화예금은 6000만달러 늘어난 101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2개월 연속 상승세로 역대 최고치다.
국내에 상장된 환노출형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향후 엔화 강세 전환에 따른 수혜를 보려는 개인 투자자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난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일본 투자 국내 ETF 중 환노출·환헤지 전략을 적용한 8개 상품의 올해 개인 순매수액 규모는 372억원에 이른다. ‘TIGER 일본반도체FACTSET’ ETF가 11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TIGER 일본니케이225’ ETF가 106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일학개미(일본 증시 소액 개인 투자자)’들 역시 역사적인 초(超)엔저 현상과 향후 엔화 가치 상승에 베팅한 모양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국내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일본주식은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장기채 엔화 헤지(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약 4억3762만달러)다.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이 상품은 엔·달러 환율을 고정해 엔화 상승과 미 국채 가격 상승시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