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3 조수석 쪽 우측 전방 모습. 김성우 기자

[헤럴드경제(속초)=김성우 기자] “권역별로 전기차 캐즘을 포함한 베스트 솔루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 EV6와 EV9이 얼리어댑터를 고려한 가격대에서 나온 차종이라면, EV3은 본격적인 볼륨 모델로 가격에서 적극적인 포지션을 가져갈 예정입니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

EV(전기차) 원년을 선언한 기아의 ‘비장의 무기’ EV3가 지난 25일 본격적인 고객 인도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설계된 기아의 세 번째 전기차이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기) 속에서도 제품 보급을 본격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개발된 자동차다.

올해 EV3에 이어 기아는 내년도 EV2와 EV4를 새롭게 선보일 계획인데, 앞서 진행한 ‘기아 EV 데이’ 등 행사를 통해서는 이들 모델을 기반으로 2026년에는 전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 100만대, 2030년에는 160만대를 판매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EV3는 본격적인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기반이 되는 모델인 셈이다.

실제 강원도 속초에서 진행된 시승행사에서 직접 탑승한 EV3는 ‘컴팩트함’이 단연 눈길을 끄는 자동차였다. 전장은 4300㎜, 전폭은 1850㎜, 전고 1560㎜, 축간거리(휠베이스) 2680㎜인데, 소형 전기차로 분류되는 기아 니로 EV와 비교했을 때 전장과 전고, 휠베이스가 각각 120㎜ 10㎜ 40㎜씩 짧다. 하지만 차량에 탑승했을 때는 좁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기아 EV3 정면 모습. 김성우 기자

기아 EV3 우측면 모습. 김성우 기자

기아가 밝히는 공간 최적화 비결은 ‘패키지 설계의 최적화’다. 각 차량용 부품이 들어갈 위치를 고려하면서, 특히 배터리 팩 내부를 구성하는 여러 전장품을 2단으로 탑재해 1열에 여유공간을 대폭 확보했다고 한다. 덕분에 1열 헤드룸 및 숄더룸이 넉넉해 운전석의 허리밑 공간이나 머리위 공간에 여유로움이 발군이다. 2열에 앉았을 때도 성인남성 기준으로 주먹이 하나 이상 들어갈 정도로 좁지 않았다.

수납공간과 편의기능에도 크게 신경을 썼다. 트렁크는 460ℓ(VDA 기준), 여기에 25ℓ 크기의 프론트 트렁크가 추가됐고, 2단 러기지 보드 및 러기지 언더 트레이를 활용하면서 공간 효율성에도 신경을 썼다.

앞선 공개행사에서 카림 하비브 기아 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이 직접 사용하며, 편의성을 부각시켰던 1열 ‘슬라이딩 콘솔 테이블’은 실제 사용해보면 편리하다.

각 사이드 도어에 들어가는 물품 보관공간과 조수석 수납함도 넉넉한 편이다. 구형 아이오닉 5에서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낮은 음료트레이 위치와 2열 가운데 V2L 슬롯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컴팩트한 차량의 외형을 감안한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평가다.

디자인과 편의기능도 훌륭하다. 리사이클 플라스틱, 리사이클 직물을 외장 가니쉬와 내장재에 십분 활용했음에도, 실내·외관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특히 실내 직물 디자인은 편안하고 고급스러우면서도 미래적인 인상을 풍긴다. 차량에 탑재된 생성형 AI(인공지능) 기반의 어시스턴트 기능은 SDV(소프트웨어 중심차량) 시대를 바라보는 기아의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기아 EV3 1열 공간 모습. 김성우 기자

기아 EV3 슬라이딩 콘솔 테이블. 김성우 기자

주행성능면에서는 1회 완충 주행가능거리가 약 501㎞ 수준으로 뛰어나다. 실제 2차례 폭우가 내렸던 시승 당일 서울 광나루에서 롯데리조트 속초까지 약 180㎞ 주행 코스에서는 시승을 마친 후 디지털 계기반은 약 360㎞ 주행이 더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비결은 81.4㎾h(스탠다드 모델 58.3㎾h)의 대용량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함께 탑재된 아이 페달(i-Pedal) 3.0과 스마트 회생 시스템 3.0이다. 실제 주행해보면 회생제동 수준을 조절하기 쉽고, 이에 따르는 이물감도 확실히 예전보다 줄었다. 정체구간에서도 편리한 회생제동 기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에서 만난 이동명 기아 MSV프로젝트5팀 책임연구원은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뿐만 아니라 차량 효율 관점에서도 주행 저항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했다”면서 “서울에서 부산까지도 충전 없이 여유 있는 편도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각별한 애정이 담긴 ‘수작’인 만큼, 시장의 반응도 뜨거운 모습이다. 기아는 지난달 4일 EV3의 사전계약을 실시했는데, 부산 모빌리티쇼가 열렸던 6월 28일께까지만 계약물량 1만대를 돌파했다. 이어 꾸준히 계약이 늘어나면서, 올해 EV3를 생산할 물량까지는 이미 사전계약이 진행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조수석 시트 조절장치, 콘솔박스 후면의 온도조절장치, 2열 가운데 장착된 V2L 콘센트, 후면 트렁크. 김성우 기자

이혜영 기아 국내마케팅기획팀 팀장은 “현재까지도 EV3 계약은 순조롭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면서 “매장에 전시차 전시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 실차를 보면 고객들이 더 많이 차량을 계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 판매가격은 약 4000만원대 초반부터 형성된다. 하지만 현재 책정된 전기차 보조금을 감안하면 고객들이 실제 차량을 구매하는 가격은 3000만원대 초·중반부터 형성될 예정이다. 기아는 앞서 내놨던 EV6과 EV9, 니로EV 등 전기차를 통해 약 10% 정도의 마진을 형성했는데, 볼륨모델인 EV3는 마켓쉐어 확보 차원에서 수익성 부담을 일부 내려놨다.

기아 EV3 후면 모습. 김성우 기자

기아 EV3 후면 모습.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