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된 미정산금만 ‘2100억+α’…큐텐, 자구안 제출 촉각

강기룡(왼쪽부터)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위메프, 티몬 판매대금 미정산 관련 관계부처 TF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임세준 기자

정부가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5600억원+α’ 규모의 긴급 수혈에 나서기로 한 것은 지금까지 확인된 미정산금이 2100억원을 넘어가는 등 피해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소비자 환불, 집단분쟁조정 등을 통한 피해구제에 집중하는 한편, 재발방지를 위해 제도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대금정산 지연에 대한 위법 여부 판단을 거쳐 수사의뢰 등 엄중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모회사인 큐텐 측에 자구계획 제출도 압박할 계획이다.

▶사흘 만에 미정산금 500억 더 늘어…피해규모 더 커지나=정부가 29일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를 갖고 발표한 티몬·위메프 사태 대응방안에 따르면, 25일 기준 정산지연 금액은 티몬 1280억원, 위메프 854억원 등 총 2134억원으로 집계됐다. 22일 기준 미정산금은 티몬 1097억원, 위메프 565억원 등 1662억원이었는데 3일 만에 500억원이 더 늘어난 것이다.

통상 판매부터 대금정산까지 50~60일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6~7월 거래분을 포함한 8~9월 기준 미정산금은 더욱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그 규모가 1조원에 달한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10명)와 금융감독원(7명)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반은 정확한 피해현황을 파악 중이다.

이 같은 대금정산 지연으로 판매자들은 당장 사업 운영이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항공권 취소 수수료 등 위약금 지급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소비자들은 상품권 사용 불가 및 환불 미완료,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여행계획 취소 등에 따른 금전적·심리적 피해를 입고 있다.

다른 이커머스업체로 불똥이 튈 수도 있다. 티몬·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의 또다른 국내 계열사인 인터파크커머스는 정상적으로 대금정산이 진행되고 있으나, 거래 감소 및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회수 여부 등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네이버, 쿠팡, 11번가 등 주요 이커머스업체들은 현재 거래량 등에 특이사항이 없고 위기 확산 가능성도 낮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소비자 환불 및 여행·상품권 정상이행 지원…집단분쟁조정 접수도=정부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업계·금융권과 협업해 환불처리 등 피해구제에 집중하기로 했다. 우선 여행업계와 카드업계,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에 카드결제 취소 등 원활한 환불처리를 지원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한다. 여행업계에 대해서는 내달 1일로 예정된 간담회에서 기존 여행상품계약에 대한 정상 이행을 당부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티몬·위메프를 통해 구매한 상품권을 사용처 또는 발행사가 사용금지 조치를 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상적으로 상품을 제공하거나 환불해 주도록 업계의 협조를 유도할 방침이다. 또 금감원과 한국소비자원에 민원접수 창구를 지속적으로 운영해 소비자 피해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특히 소비자원에는 소비자피해대책반과 실무대응팀을 구성하고 다음 달부터 여행·숙박·항공권 분야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접수받는다. 동일·유사 피해 소비자 50명 이상이 모이면 사례 내용을 확인해 집단분쟁조정 개시 여부를 결정하고 사실조사 등을 거쳐 대금 환급, 손해배상 등 조정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앞서 PG사들이 지난 24일부터 티몬·위메프에서 잇따라 철수하면서 환불 절차가 지연되는 등 소비자 피해가 커지는 상황이었다. 이후 티몬·위메프가 각각 131억원, 43억원 가량 환불을 일부 진행하고 토스 등 일부 PG사가 자체 취소·환불에 나서기는 했지만, 전체 환불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제2의 티메프 안돼’ 재발방지책 마련, 수사의뢰 등 추진=정부는 이번 사태가 업계로 확산되지 않도록 주요 이커머스업체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해 업계의 애로사항을 파악하는 등 위기상황 확산 방지에 집중한다. 또 유통 플랫폼 등 온라인 유통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유통기업 해외진출 지원, 인공지능(AI) 활용 등 유통산업 발전 정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규제 사각지대’가 이번 사태 발생의 원인 중 하나였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하반기 중 전자상거래법·전자금융거래법 등 관련법령에 대한 적정성 검토를 거쳐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커머스업체의 소비자보호 책임 강화, PG사를 통한 결제시스템의 안정성 확보 방안 등이 핵심이다. 금융당국은 정산대금은 정산에만 사용될 수 있도록 은행 등 제3의 금융회사에 예치하는 ‘에스크로’ 계약 체결을 유도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티몬·위메프에 대한 현장점검을 진행 중인 합동조사반은 위법사항을 집중 점검하고 필요시 수사의뢰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특히 티몬·위메프의 대금 지연이 전자상거래법상 공급계약 이행의무 및 대금환불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하고, 위법으로 판단될 경우 수사의뢰를 통해 엄중 조치할 예정이다.

▶혈세 투입 논란 우려…큐텐 자구안 제출 ‘촉각’=정부가 판매자 지원을 위해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5600억원+α’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서는 만큼, 혈세 투입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큐텐 측에 자구계획 제출 압박을 한 단계 높일 것으로 보인다.

구영배 큐텐 대표가 29일 큐텐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금융당국에도 조만간 공식 자금조달 계획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큐텐 측은 해외 계열사를 통해 5000만달러(약 700억원)를 동원하겠다는 의향을 밝혀 논란이 일었었다.

금융당국은 큐텐의 무리한 인수·합병(M&A)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는 만큼, 구 대표 등이 뼈를 깎는 자구안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강승연·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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