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가스에서 열린 국가 선거관리위원회(CNE)에서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이 승리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베네수엘라 대선을 둘러싼 부정 선거 정황이 계속 쏟아지는 가운데 주민들의 분노가 거세지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당선 결과 발표에 항의하는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고, 일각에서는 쿠데타 우려까지 제기되며 긴장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두로(61)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3선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가 비공식 출구조사 결과와 일치하지 않고 부정선거로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돼 야권은 불복을 선언했다. 이에 정국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엘비스 아모로소 베네수엘라 선관위 위원장은 이날 자정 직후 “80%가량 개표한 결과 마두로 대통령이 51.2%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며 그의 당선을 확정했다. 아모로소 위원장은 민주야권연합(PUD)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75)가 44.2%의 득표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 투표율은 59%였다. 유권자는 약 1700만명으로 추산된다.
29일(현지시간) 마리나 코리나 마차도(왼쪽)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와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민주야권연합(PUD) 후보가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로이터] |
그러나 PUD는 선관위 발표에 불복하고 우루티아 후보의 승리를 선언했다. 우루티아 후보는 “베네수엘라 국민과 전세계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며 여당이 장악한 선관위가 대선 결과를 조작했다는 점을 시사했다. 야권의 실질적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도 “전체 투표함 중 약 40%의 개표 결과를 입수했다. 우루티아가 압도적으로 이겼다”고 말했다.
선관위 결과에도 야권이 승리를 주장하는 이유는 우루티아 후보가 대선 전후 여론·출구조사 결과에서 압승하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기반의 여론조사기관 에디슨리서치가 시행한 비공식 출구조사에서 우루티아 후보가 65%를 득표해 마두로 대통령(31%)을 크게 앞섰다고 보도했다.
야당은 “투표가 끝난 후 민주야권 측 시민 그룹이 투표함 봉인과 개표 과정을 참관하기 위해 개표 장소에 입장할 것을 요구했으나 선관위측이 막았으며 물리적 충돌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성난 시민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마두로 당선 발표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했다.
주민들은 마두로 대통령이 당선을 발표한 직후 밤과 새벽에 이어 아침에도 집 안팎에서 냄비를 시끄럽게 두드리는 중남미 특유의 ‘카세롤라소(cacerolazo)’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투표 결과에 불복한 시민들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정부가 이를 탄압하는 가운데 우루티아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거리로 나서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날 베네수엘라 거리는 대중교통이 줄어들었으며 몇 안되는 사업체들만이 운영을 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29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당선 발표 직후 베네수엘라 주민들이 ‘카세롤라소’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
국제사회의 비판과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를 비롯한 우파 성향 중남미 9개국 정부는 미주기구(OAS)에 베네수엘라 대선 개표 결과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기 위한 긴급 이사회 소집을 요청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과정의 완전한 투명성”이라고 했고, 안토니오 타자니 이탈리아 외교장관은 “당혹스럽다. 선거 결과가 접근 가능한 문서를 통해 검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