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 딸 김주애, 후계자 수업 중…3대째 내려온 ‘부자세습’ 깨지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항공절을 계기로 전날 공군사령부와 제1공군사단 비행연대를 축하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사랑하는 자제분’과 함께 비행부대를 찾았다고 전했다. 신문이 공개한 사진에서 김주애는 가죽코트를 입고 선글라스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국가정보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인 주애가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면서 향후 권력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2022년 11월 주애가 처음 북한 매체에 등장한 이래 주애 후계자설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다.

주애가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는 것은 ‘후계자에 내정’된 단계를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국정원의 판단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만 주애가 아직 10대인 점과 북한 체제의 특성상 여성이 최고지도자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점이 여전히 남는다.

국정원은 전날(29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북한은 김주애를 현시점의 유력한 후계자로 암시하며 후계자 수업을 진행 중”이라며 “어린 김주애에 대한 주민 반응을 의식해 선전 수위와 대외 노출빈도를 조정하면서도 비공개 일정과 안배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이성권·박선원 정보위 여야 간사가 전했다.

주애가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는 것은 내부적으로 후계자로 내정됐다는 것을 뜻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이달 발간한 ‘세종브리프’에 기고한 ‘김주애의 북한 내 위상과 4대 권력세습 전망’에서 김정일과 김정은이 대체로 후계자 내정 및 후계수업→후계자의 대내적 공식화→후계자의 대외적 공식화의 3단계를 거쳤다고 밝혔다.

정 센터장은 “김일성은 아들 김정일을 먼저 후계자로 내정하고 후계수업을 시킨 후 당내에서 핵심 직책을 맡게 하고 간부들이 그를 후계자로 추대하게 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김정일은 김정은이 8세가 됐을 때 후계자로 내정했지만 소수의 측근들에게만 공표했고, 2008년 8월 갑자기 뇌혈관계 이상으로 쓰러졌다 회복된 후 서둘러 김정은을 대내적으로 후계자로 내세웠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주애에게 후계자와 수령을 뜻하는 ‘향도’라는 표현을 쓴 점을 언급했다. 주애를 지칭하는 표현은 2022년 11월 처음 북한 매체에 등장했을 당시 ‘사랑하는 자제분’으로 시작해 ▷존귀하신 ▷존경하는 ▷사랑·존경하는 ▷조선의 샛별여장군 ▷존귀하신 자제분으로 순차적으로 격상됐다.

지난 3월 노동신문은 ‘향도의 위대한 분들’이라고 표현했는데, ‘향도자’는 혁명투쟁에서 인민대중이 나아갈 앞길을 밝혀주고 그들을 승리의 한길로 향도하여 주는 영도자를 뜻하는 말로 사실상 김 위원장 한 명만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들’을 붙여 복수의 표현을 사용해 주애까지 포함시키면서 유력한 후계자로 떠올랐다.

국정원은 다만 “아직은 다른 형제가 나설 가능성 등 최종적으로 후계자 확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토대로 바뀔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김 위원장 슬하에 세 명의 자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2017년 2월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셋째를 출산했다고 보고했다. 둘째 주애가 공개활동을 하고 있지만 첫째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1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주애의 나이가 아직 너무 어리다는 점에서 향후 후계자 변동 가능성은 여전하다.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29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총비서의 정권교체 과정을 살펴보면 이들이 장군들보다 군사 부문에서 훨씬 뛰어난 전략가로 대중에 공개된 것과 달리 김주애는 여전히 ‘어린아이’로 비친다”고 밝혔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가이익센터(CNI) 한국 담당 국장은 “김주애가 김 총비서를 잇는 차기 지도자로 예상하지만 충분한 교육과 경험을 쌓기 위해서는 20대 중반 이후가 될 것”이라며 “만약 이보다 먼저 권력 승계가 필요한 상황이 올 경우 김여정 부부장이 김주애를 대신해 섭정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이 최고지도자에 오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북한이 3대째 부자 세습의 형태로 권력을 이양해 왔기 때문에 북한 사회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이 대내적으로 후계자로 지목된 데에 아버지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건강 문제가 있었다는 점에서, 현시점에서의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도 중요한 문제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몸무게가 140kg에 달하고 고혈압과 당뇨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파악하고 면밀하게 추적 중이다. 국정원은 “이는 스트레스와 담배, 술 등으로 인한 것으로 판단하면서 약으로만 다스리기 어려운 상황이 일부 있지 않겠느냐는 추정이 있다”며 “기존 약제가 아닌 다른 약제를 찾고 있는 동향도 있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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