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특검법·인사 시험대…‘소통 리더십’ 통할까 [이런정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면서 줄곧 주장해온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을 관철시키기 위해 소속 의원들을 설득 중이다. 아울러 정점식 정책위원회 의장의 교체 여부를 놓고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기존 당 입장과 거리가 있는 ‘특검법’과 계파 갈등 조짐을 보이는 ‘인사’에 대한 최종 결정을 앞두고 당내 소통을 강화하며 명분을 쌓는 모양새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채상병 특검법의 대안으로 제3자 특검법을 발의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당내 중진 의원을 대상으로 설득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 발표 전 특검법 추진에 반대하고 있는 기존의 국민의힘 방침과 부딪히는 지점이다.

한 대표는 전날 MBN 뉴스7에 출연해 “제가 말씀드린 제3자 특검법이 왜 필요하고, 왜 이 정도로 해야 국민들께서 우리가 마치 진실 규명을 원하지 않는 양 오해하는 것을 풀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당의 민주적 절차를 통해 (제3자 특검법 필요성을) 잘 설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3자 특검법을)발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내)중진 분들께서도 제가 설명드리면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당내에서는 여전히 채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특검을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다.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특검법이 민주당의 일방적인 특검법에 비해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특검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하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기본적으로 민주당의 특검법에 반대하는 한 대표의 입장과 같다”면서도 “특검 자체가 법리적으로 성립할 수 있는 사건인 지에 대해서는 (한 대표와)의견차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인사권 행사’를 두고서도 난관에 봉착했다. 전날 한 대표는 당 재정과 조직을 총괄하는 핵심 당직인 사무총장에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서범수 의원을 기용했다. 지난 25일 친한계 박정하 의원을 자신의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이후 두 번째 당직 인사다. 다만 친윤(친윤석열)계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교체 여부는 이번 인선에 포함하지 않았다.

현재 한 대표는 정책위의장 교체 여부를 놓고 당내 의견을 수렴하며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의장이 스스로 사의를 표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책위의장 교체를 결정할 경우 친윤계 반발이 우려된다.

당내에서는 ‘황우여 비대위’ 체제에서 임명된 정 의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게 합당하다는 의견과 임기가 1년으로 명시돼 있고 원내대표와 ‘인선 협의’ 대상인 정책위의장을 교체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기류가 엇갈린다.

한 대표는 “인사는 좋은 정치를 하기 위한 과정이고 도구일 뿐”며 “‘무조건 제 뜻대로 가야 한다’ 그거는 당심이, 민심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정책위의장 교체 여부를 두고)여러 가지 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정 의장의 자진 사퇴를 기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책위의장 자리를 놓고 한 대표와 친윤계가 대립하는 구도가 형성될 경우 당정관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한 대표가 당직 인선에 속도를 조절하며 물밑 조율을 위해 시간을 벌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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