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진 사람’ 금리 더 내릴 것이라 봤다…실제 금리도 매매 < 전세 [머니뭐니]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김광우 기자] 줄곧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웃돌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 들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경쟁 등에 따라 ‘마이너스 가산금리’가 적용된 주담대와 비교해 전세대출 금리 인하가 더디게 진행된 영향이다. 심지어 이같은 금리 격차가 최근 들어 더 커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세나 월세에 사는 임차인 대출 차주들의 금리 인하 기대감은 자가를 보유한 차주들보다 확연히 적었다. 여기다 전세값 상승 추이 또한 가파르게 나타나며,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거주지 마련을 고민하는 이들 사이에서 “전세에 살 바에 ‘내 집 마련’에 나서겠다”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주택 매수 분위기가 감지되는 이유다.

주담대 금리 3%대인데 전세대출은 4%대

7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지난 5월 새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분할상환방식, 만기 10년 이상) 평균 금리는 3.91%로 전세대출 신규취급 평균 금리(4.06%)와 비교해 0.14%포인트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만 해도 주담대 금리는 전세대출보다 높았다. 2023년 10월에는 주담대 평균 금리(4.73%)가 전세대출금리(4.31%)보다 0.42%포인트 웃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전세대출 금리가 주담대 금리보다 0.06%포인트 높게 형성된 후, 현재까지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올 들어 은행권의 주담대 가산금리가 급격히 하락한 결과다. 올 초 주담대 대환대출 도입을 계기로 은행권의 주담대 금리 경쟁은 확산했다. 기준금리보다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마이너스 가산금리’가 적용됐다. 이달 들어서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은행채 금리 하락 추세가 가속화되며, 약 3년 만에 2%대의 주담대 금리가 등장했다. 반면 은행에서 취급한 신규 전세대출 금리는 줄곧 평균 4%대를 유지했다.

은행권에서는 금리 경쟁 외에도 상품별 만기 특성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로 취급되는 고정형·주기형의 경우 최소 5년간 같은 금리가 적용된다. 이에 현재 ‘역마진’ 금리가 적용된다고 해도, 추후 기준금리 인하가 이루어지며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 반면 6개월 변동형 상품이 주가 되는 전세대출의 경우, 일정한 수준의 가산금리를 적용해야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기준금리 인하가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이라며 “주담대의 경우 현재 마이너스 가산금리가 적용되더라도 향후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들면서 마진이 생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정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대출은 고정금리도 2년 만기가 최대라 가산금리를 더 많이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금리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0.06%포인트에 불과하던 5대 은행 전세·주담대 평균 취급금리 격차는 5월 들어 0.14%포인트로 2배 이상 커졌다. 이달 30일 기준 5대 은행 주담대 금리 또한 3.05~5.75%로 전세대출 금리(3.49~5.89%)와 비교해 하단이 0.44%포인트 낮았다. 은행별로는 최대 1.03%포인트의 격차가 나타났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주택담보대출 관련 홍보물 [연합]
‘내 집’서 사는 사람은 금리하락 전망, 3년9개월만에 가장 크다

금리 하락에 대한 믿음도 주거형태가 자가인 소비자가 더 강했다. 집을 산 이들은 금리가 내릴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이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부동산 수요의 근거가 되는 모양새다.

당장 기준금리 인하를 저울질하는 입장인 당국에선 우려가 앞선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주택담보대출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주거형태가 자가인 소비자의 금리수준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7월 93을 기록했다. 2020년 10월(95) 이후 3년 9개월만에 최저치다.

금리수준전망CSI는 소비자가 생각하는 6개월 후의 금리 전망을 나타낸다. 기준선인 100보다 낮으면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반면, 주거형태가 임차 등인 소비자의 금리수준전망CSI는 100을 나타냈다. 아직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체 금리수준전망CSI는 95를 기록했다. 이 또한 2020년 10월(95) 이후 3년 9개월만에 가장 낮았다. 임차 등으로 거주하고 있는 소비자의 금리수준전망은 ‘중립(100)’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자가 거주 소비자의 전망이 대부분 하락을 견인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현실화하면 주택 수요는 더 가파르게 늘 수 있다. 이미 조짐이 보인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25일 기준 713조3072억원에 달했다. 6월 말(708조5723억원)보다 4조7349억원 늘었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6월 한 달 만에 5조3415억원 증가해 2021년 7월(+6조2000억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바 있다. 그런데 이달 들어서도 증가세가 억제되지 않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원인이다. 주담대는 6월 말 552조1526억원에서 이달 25일 557조4116억원으로 5조2589억원 늘어났다.

반면, 전세대출잔액은 감소세다. 올 상반기 말 기준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118조2226억원으로 지난해 말(121조605억원)과 비교해 2조8379억원 줄었다. 전세대출 수요가 주담대 수요로 일부 옮겨가는 형국이다.

당국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를 큰 폭으로 늘리고, 부동산 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성환, 장용성, 유상대, 황건일, 김종화, 이수형, 위원 등 지난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 참석한 금통위원 여섯 명 전원은 부동산시장 과열을 우려했다.

한은이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소 높아지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도 “전반적인 주택시장 과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대다수 금통위원은 (금리 인하) 기대가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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