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대신 환불하다 PG사 망할라”…이커머스, ‘PG사 지급보증’ 가입의무 없어

류광진(왼쪽) 티몬 대표와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들이 본격적인 티몬·위메프(티메프) 환불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두 업체가 PG사에 대한 지급보증보험 조차 가입돼있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티메프 대신 온라인 결제 금액을 모두 환불해주고 있는 PG사가 대규모 유동성 위기에 빠질 거란 우려도 커진다.

이 와중에 이커머스 설립 요건에 결제의 1차 책임이 있는 PG사에 대한 보험 의무가입 사항도 빠지면서 허술한 법적 공백이 이번 사태를 ‘대규모 줄도산’으로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거듭된다.

‘PG사 자기자본 커 문제 없다’는 당국…실제론 티메프 기업회생신청에 ‘발 동동’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PG사 KG이니시스는 전날 티메프에 대한 환불 관련 민원 창구를 열었다. 그 전날에는 핵토파이낸셜이 환불 절차를 개시했다. 11개 PG사 중 8개 PG사가 환불 관련 절차를 개시한 상태다.

30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이복현(오른쪽) 금융감독원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앞서 금융감독원은 PG사가 지급불능사태에 빠진 티메프를 대신해 소비자에 대한 ‘선(先)환불’을 진행하도록 조치했다. 카드고객의 결제취소 요구에 응하는 것이 법적인 의무이며, 이러한 요청을 거절하는 것은 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는 PG사가 신용카드회원 등이 거래 취소 또는 환불 등을 요구하는 경우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조치가 개시된 이후 티메프가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PG사들은 환불금액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빠졌다. 전날 티메프의 기업회생 관련 절차가 시작됐고 자산 처분과 채무 상환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PG사는 향후 티메프에 대한 채권자로 참여하게 되지만, 회생이든 파산이든 일부 채무는 탕감받는다는 측면에서 대규모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대부분의 PG사는 자기자본이 2000억~3000억원이 넘는 대규모사”라며 “줄도산의 위기는 절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20년간 340배 성장했지만, ‘법 공백’이 티메프 사태 키웠다

문제는 티메프가 PG사에 대한 지급보증보험 조차 가입돼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대규모유통업법, 전자상거래법, 전자금융법 등에는 이커머스업체가 가맹 PG사에 대한 지급보증보험을 가입해야 한다는 의무사항이 명시돼있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지급보증보험은 피보험자가 PG사로 티메프 사태와 같이 대규모 온라인 결제 취소(환불) 중단 사태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상품이다.

업계는 쿠팡을 포함해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우 거래대금이 수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PG사와 가맹계약을 맺는 관계에 있어 ‘갑’으로 통한다고 입을 모은다. 즉, PG사가 향후 대규모 환불사태 등을 대비해 지급보증보험을 들어달라는 요청을 할 수조차 없다는 것이다. 최근 간편결제사인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과 같이 지급대행 경쟁사가 많아지면서, 이커머스 업체가 계약할 수 있는 대체재가 늘어난 탓이다.

PG업계 관계자는 “조그만 온라인 업체들은 대부분 PG사에 대한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지만, 규모가 큰 곳들은 논외”라며 “정산대금이 꾸준히 발생하기 때문에 보험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각종 페이와 휴대폰결제 등 대체재가 많으니 피보험자인 PG사 입장에선 보험 가입을 요청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진 26일 피해자들이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환불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

손에 꼽히는 이커머스 업체들도 태동기인 2000년대 까지는 결제대행업체들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 상품에 대부분 가입했다. 당시에는 이커머스 업체들과 가맹하려는 카드사와 PG사들이 귀해, 온라인 쇼핑몰 입장에선 거의 필수적으로 가입하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이 2000년 6600억원에서 지난해 227조원대로 20년간 340배 정도 급증하며 갑을관계는 완전히 뒤바꼈다. 여기에 업계간 치열한 경쟁이 이커머스 업체의 방만한 경영으로 이어지며 관련된 금융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티메프 사태가 빠르게 성장하는 업계를 규제가 따라가지 못한 법 공백의 결과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결제한 돈은 카드사→PG사→이커머스→입점 업체 순으로 지급된다”며 “PG사는 카드사와의 특약으로 인해 환불에 대한 연대 책임을 지도록 돼있는데, 이번 기회에 온라인 쇼핑몰의 지급불능사태를 대비한 보험 의무 가입 사항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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