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800억원. 이 부분을 다 투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구영배 큐텐 대표가 티몬·위메프 사태 해결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최대 800억원이라고 밝혔다. 피해액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피해자 보상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 대표는 지난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현안 질의에 출석해 피해 보상에 활용할 수 있는 자본에 대해 “최대 800억원이라 말씀드렸으나 그 돈도 바로 정산자금으로 쓸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금 회사의 자본이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확한 것은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힘들지만, 기본적으로 티몬을 인수했을 때부터 구조적으로 (적자가) 누적됐다”고 주장했다.
구 대표가 언급한 800억원은 피해 규모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정부는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규모를 2134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위메프와 티몬의 올해 7월까지 손실을 합치면 1조2000억∼1조3000억원의 누적 결손이 보여 1조3000억원 이상의 피해액이 예상된다”며 “감사보고서 수치 자체를 유동성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숫자를 정확히 특정할 수는 없지만, 많은 금액의 이슈가 있는 것은 맞다”고 짚었다.
티몬·위메프의 회생 개시 결정까지는 한 달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내달 2일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를 심문할 예정이다. 법조계는 티몬·위메프가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을 신청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ARS는 회생절차 개시를 최대 3개월까지 보류하고, 기업과 채권자가 구조조정을 자율적으로 협의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법조계 관계자는 “채권자의 피해 규모를 고려하면 협의가 어려워 관련 절차가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0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 피해자 항의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 |
티몬·위메프가 파산을 신청하더라도 처분할 수 있는 자산은 없다. 피해 보상이 어렵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기준 위메프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 금융상품, 매출채권 및 기타채권 금액은 375억원, 티몬은 2022년 기준 1294억원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위메프의 지난해 영업손실이 1025억원에 달하고, 티몬이 올해 4월 마감이었던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한 것을 고려하면 현재 상황은 더 악화됐을 것”이라며 “자산도 피해액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 피해 보상은 난항”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큐텐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원장은 “큐텐 자금 추적과정에서 드러난 강한 불법의 흔적이 있어서 검찰에 주말 지나기 전 수사 의뢰를 해놓은 상태고 주요 대상자에 대한 출국금지 조처 등 강력 조치를 요청했다”며 “(자금 관리가) 단정 지어서 불법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자금 운영상의 특이점이나 이상한 상황을 포착한 게 있기 때문에 전모를 한번 보겠다”고 강조했다.
피해 보상 방안으로는 외부 투자 유치, 정부지원 등이 거론된다. 티몬·위메프는 앞서 “구조조정 펀드 등을 통한 자금조달 추진이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5600억원 이상의 유동성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채권, 채무 등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