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소주값 6000원 시대, 그 뒤의 그림자

2년간 지속된 코로나 이후 우리는 고물가라는 또 다른 장벽 앞에 서 있다. 코로나만 끝나면 나아질 줄 알았건만 여기저기 오르는 물가에 너나 할 것 없이 허리 휜다며 아우성이다. 월급이라도 시원하게 오르면 좋으련만 내 월급은 제자리 걸음이고,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구직난에 이직도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내 마음 달랠 영화티켓 가격도,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풀어줄 소맥 한 잔 가격도 덩달아 뜀박질이다.

언론에서는 코로나에 전쟁까지 겹치며 촉발된 수급 차질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일부에서는 넘쳐나는 유동성을 탓하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그렇기만 한 것일까?

우리는 서구에서 300년간 이뤄낸 산업화를 30년 만에 따라잡는 압축성장을 일구었다. 이를 위해 국가는 대기업 위주의 성장정책을 펴왔고, 이러한 정책으로 우리 경제는 대부분 영역에서 몇몇 사업자가 주도하는 과점시장의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정부 주도로 짜인 과점시장에서는 품질이나 서비스의 차별성은 찾기 어렵고, 품질개발도 뒷전으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소비자의 기호보다는 정부 정책 여하에 따라 사업 성패가 좌우되고, 특화된 기술 없이 살아남은 사업자들은 품질보다는 가격 위주의 경쟁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점시장에서 사업자들은 은밀한 담합으로 가격을 맞추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최근 들려오는 소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 7월초 시민단체에서는 멀티플렉스 3사가 2020~22년 사이 한두 달 간격으로 1만 2000원이던 영화관람권을 1만 5000원으로 인상했다며 이들 3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한다. 그보다 앞선 4월에는 공정위가 포항주류도매업협의회에서 식당이나 주점에 납품되는 소주와 맥주 가격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하더니 엊그제는 수도권주류도매업협의회에서도 같은 혐의가 적발되었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공정위에서 담합을 적발하여 이들을 처벌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공정위에서 담합한 사업자들에게 수백, 수천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소식은 들었어도, 우리 살림살이가 나아지지는 않았다. 과징금은 제재조치로서 국고로 귀속될 뿐이고, 공정위 차원에서 부당이득을 환수하여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제도가 현재로서는 딱히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허탈해하고만 있을 것인가? 현 상황에서 담합 피해자들이 구제받는 길은 담합에 참여한 사업자들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과거에는 손해액 입증에 어려움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관련 법 개정 및 관련 판례의 축적으로 입증의 부담도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담합의 피해자들이 다수인 만큼 이들이 함께 대응한다면 소송비용에 대한 부담 역시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담합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집단소송도 활발해지고 있어 이러한 움직임에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도 있다.

과거 한 병에 3000원 하던 소주가 이제 한 병에 6000원에 이르는 시절을 맞이했다. 소주로 시름을 달래는 것도 소주를 서민의 술로 부르는 것도 망설여지는 요즘이다.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소주가 우리 서민들의 곁으로 다시 돌아오는 날을 기대해 본다.

이인석 법무법인 YK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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