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창완이 지난달 29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4개월 만에 라디오 DJ로 복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SBS 제공]

아침 시간대에서 저녁 시간대로 옮겨 다시 라디오 DJ를 맡은 가수 김창완이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김창완은 지난달 29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SBS 러브FM ‘6시 저녁바람 김창완입니다(이하 저녁바람)’미디어 간담회에서 “23년간 아침 방송을 하다 몸만 저녁으로 왔다. 아직 오프닝도 못쓰겠다”고 말했다. 이어 “희망에 젖는 아침은 오다가다 본 것들이 있으면 쓰면 되는데, 저녁은 쓰기 힘들다. 어떻게 쓸지도 아직 모르겠다. 시차적응중이다”고 덧붙였다.

김창완은 올해 3월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아하 아침창)’에서 23년 만에 하차한 후 4개월 만에 돌아와, 지난달 22일부터 ‘저녁바람’DJ로 청취자와 만나고 있다.

“지난 4개월 동안 라디오가 없는 날은 어떠했냐”고 묻자 김창완은 “제가 불안한 사람인지 몰랐다. 분리불안은 어른이 돼도 있구나”라고 했다. 이어 “청취자들도 갑자기 김창완이 하차하는 걸 못마땅하는 듯했다. 저는 일상적으로 나온 소리겠지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나면서 이런 게 분리불안 증세인가 하고 느낄 정도로 힘들었어요. 나는 누구하고 떨어진 거죠. 그 사이에 바빴습니다. 몇십년 만에 다른 방송 출연 요청에도 응하고, 새로운 프로그램도 제작했고, 공연에도 참가했습니다. 이렇게 바쁘면 잊지 않을까 했지만 쉽사리 치유되지 않았다. 더 생각나고…. 지난주에 집에 돌아왔다는 느낌은 들었습니다.”

함께 자리를 한 ‘저녁바람’의 정한성 PD는 “연륜이 있는 진행자를 모시려고 했다. 그런데 첫날 해보니 청취자가 그냥 좋아하더라. 문자(메시지)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했다.

이어 “게스트가 없었다. 그저 청취자의 사연을 읽어줬을 뿐인데 일주일간 반응이 엄청났다”며 “김창완쇼 같았다. 아직 놀라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창완은 지난 1주일 동안 방송하는 동안 이전처럼 SBS 사옥 11층을 오가면서 외부환경 변화는 없는데 시차는 적응이 아직 안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1978년 라디오 DJ(동양FM ‘7시의 데이트’) 데뷔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가 저녁 7시였는데, 서소문 시절(서울 중구 순화동 TBC(현 JTBC) 사옥)이 아련하게 떠올랐다”고 했다. “‘아침창’막방 때에는 왜 울었냐”는 질문에 그는 “그건 악마의 편집”이라고 짧게 답했다.

김창완은 이 시대 라디오에 대해 평범하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라디오만 47년간 진행했습니다. 라디오라고 하면 공짜라는 말을 했는데, 왜 약수 있잖아요. 물도 사먹는 시대에, 산골에 들어가면 사시사철 흐르는 물이 있습니다. 물을 먹다 이걸 잠궈놔야 하는 것 아닌가 할 때가 있어요. 삶이 그만큼 팍팍해진 거죠. 흘러가는 물이 죄스럽고…. 우리가 매체 대하는 것도 사먹는 물처럼 비용을 지불하게 됐습니다. 라디오라면 누가 와도 떠먹을 수 있는, 사시사철 흐르는 약수 같은 게 아닐까요. 구정물이 있는데 좋게 하는 법은 계속 맑은 물을 붓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라디오가 그런 약수가 됐으면 합니다.”

아울러 김창완은 “라디오는 버르장머리 없는 매체다. 밥상머리에도 올라가고 출근시간에도 걸리적거린다. 그래서 그런지 함부로 다가가도 어디에서나 늘 ‘오거나 말거나’하지 않나”라고 했다. 이어 “그게 가족 같은 따뜻함이라고 느낀다. 다른 매체는 이런 게 힘들다. 라디오는 진행하면서 정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김창완을 발탁한 이유에 대해 정 PD는 “세대별 공략을 하게 되는데, 김창완 선생님처럼 세대를 다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젊은이도 50~60대도 다 좋아한다. 지난주에 사연을 보내온 25살 여성이 ‘무한궤도’를 신청했는데, 5060 세대가 좋아하더라”고 했다,

이어 “라디오가 위기이기는 하지만, 저는 라디오가 계속 만만해지는 것, 서민적 매체라는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입비가 없고, 그래서 공공재로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매체다. 낮아지고 만만해지고, 서민적으로 다가가기를 고민한다”고 강조했다.

김창완은 “70대에도 술 마시고 건강을 어떻게 유지하느냐”는 질문 “자전거를 열심히 탄다. 실제로 매일매일을 새로 태어난 것처럼, 어느 하루 소중하지 않은 날은 없다”고 했다.

“아침은 뭔가 시작하고, 저녁은 마무리하고 담아둬야 하는 시간으로 생각했는데, 그 생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아침은 지난 밤의 마무리이고, 저녁이 새로운 날을 여는 시간이 될 수 있겠다는 거죠. 그 전에는 이스라엘의 풍습 정도로 여겼는데, 이번에는 저녁을 하루의 시작으로 느꼈습니다. 고정관념으로, 어떻게 하루를 마무리지을 건지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루가 다 시작입니다. 그게 제 시간관이고, 프로그램을 대하는 하루들입니다.”

서병기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