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는 ‘野 입법 고속도로’?…법안처리 10배나 빨라졌다 [이런정치]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 7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의하고 있다. 야당이 단독으로 구성한 22대 국회 11개 상임위원회에 사임계를 제출한 국민의힘 위원들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야당의 ‘입법 고속도로’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장기간 계류했던 야당 주도 쟁점법안들이 이번 국회에선 속전속결로 처리되면서다. 과반 의석을 가진 야당을 상대로 법사위원장 자리마저 사수하지 못한 여당은 사실상 법안 통과를 막아 설 방도가 없다. 위원장이 여당 소속일 당시 민주당에게 “법안의 무덤”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법사위가 거대 야당의 강한 주도권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변모한 모양새다.

1일 국회에 따르면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2·3조)’은 지난달 31일 법사위 회부 10일 만에 심사를 마치고 본회의에 올라갔다. 21대 국회 당시 93일 간 법사위에 계류됐던 것과 비교하면 처리 기간을 80일 넘게 단축한 셈이다. 마찬가지로 여야 간 이견이 크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채해병특검법’과 ‘방송4법’도 빠른 속도로 처리됐다. 이전 국회에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본회의로 법사위 회부 209일 만에 자동 부의됐던 채해병특검은 이번 국회에선 11일 만에 처리됐고, 110일 만에 직회부됐던 방송4법은 8일 만에 본회의에 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참석해 정청래 최고위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그간 정치권은 국회 법사위원장을 법안 통과의 ‘수문장’으로 칭해왔다.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에서 처리한 법안을 본회의에 올리기 전 심사하고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상임위이기 때문이다. 관례에 따라 국회의장을 배출하지 않은 원내 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왔기 때문에, 21대 국회에선 민주당이 다수석을 보유했음에도 야당 주도 법안들이 법사위에서 발이 묶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21대 국회 임기 말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전체회의를 열지 않는 상황을 두고 “법맥경화(법과 동맥경화를 합친 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22대 국회에서 재발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4·10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민주당이 22대 국회 개원 전부터 법사위원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 이유다. 국민의힘은 원구성 협상 당시 관례에 따라 여당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총선민심’을 명분으로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당내에서도 강성으로 평가 받는 정청래 의원이 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 법사위는 정부·여당을 향한 야권의 공세 최전선이 됐다. 민주당은 타 상임위에서 법사위로 올라온 법안 심사 뿐 아니라 특검법 처리와 청문회 개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법사위의 질주를 통한 민주당의 입법 드라이브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점추진 법안 56개를 개원 전 제시했던 민주당은 이 법안들을 차례로 당론으로 추진해 통과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이들 법안에는 여야 간 이견으로 21대 국회에서 계류하다 폐기됐던 법안들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된 법안들이 대거 포함돼있다. 특히 권력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검찰개혁법·감사원법과, 김건희특검·대장동50억클럽특검 등 특검법안들은 법사위에서 자체적으로 다루게 될 법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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