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애월읍 산란계 농장 ‘애월아빠들’ 양계장. 정석준 기자. |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구엄닭은 보통 양계장에서 생산하는 계란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알을 낳습니다. 친환경적으로 키워 품질은 좋지만 생산량이 적어 가격이 저렴하지 않지만, 컬리를 통해 판매 활로를 개척했습니다.”
지난달 25일 방문한 제주시 애월읍 산란계 농장 ‘애월아빠들’ 양계장은 일반적인 양계장과 달랐다. 닭이 알을 낳는 공간을 제외하면 철창 등 닭을 가로막는 장치가 없었다. 1200마리의 닭들은 양계장 안을 자유롭게 다녔다.
닭은 제주도 토종닭인 ‘구엄닭’이라는 재래종이다. 구엄닭은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 지명에서 유래됐다.
구엄닭은 매일 낮 양계장 밖으로 나가 농장 곳곳을 누빈다. 애월아빠들은 구엄닭을 철창에 갇혀 생을 마감하는 닭들과 달리 방목해 키운다. 야생초, 쌀겨, 물고기 등을 발효시켜 만든 EM미생물 발효사료와 유전자 조작이 없는 곡물로 만든 NON-GMO 사료를 사용한다. 이런 노력으로 친환경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 동물복지 인증,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 등을 받았다
친환경 방식이 주는 이점은 다양했다. 우선 분뇨 냄새가 나지 않았다. 흙바닥에도 이물질이 없었다. 윤성재 애월아빠들 이사는 “1평당 3마리 수준의 공간을 마련해 닭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면서 “양계장에 들어갈 때 닭이 놀라지 않을까 노크를 하고 들어간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닭의 장이 건강해 양계장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라며 “흙도 항상 관리해 깨끗하다”고 설명했다.
구엄닭 계란. 정석준 기자 |
구엄닭 산란율은 기존 닭의 35% 수준이다. 윤 이사는 “3일에 1개의 계란을 낮아 경제성이 낮지만, 일반 닭보다 10개월 이상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근섬유가 촘촘해 맛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0일이면 1.5㎏이 넘게 자라는 육계와 달리 구엄닭은 10개월을 키워도 1㎏ 내외”라며 “닭을 오래 키웠는데 몸집이 작다는 것은 생산자 입장에서 수익성이나 효율과 거리가 멀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실제 애월아빠들은 구엄닭의 사업성이 낮아 고민이었다. 고민은 컬리가 해결했다. 컬리는 지난 2018년 계란 공급업체를 물색하던 중 친환경 방식으로 키우는 구엄닭을 발굴했다.
윤 이사는 “컬리가 우리 이야기를 듣고 희소성과 재래닭 보존 등으로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현재 컬리로 납품하는 생산량이 전체의 절반 수준인데 생산량이 적어 발주량을 못 맞추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특히 “가격을 인상할 때도 소비자가 외면할까 걱정했는데 컬리와 잘 협의해 적절한 가격을 제안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제주시 애월읍 산란계 농장 ‘애월아빠들’ 양계장. 정석준 기자 |
구엄닭은 현재 컬리가 진행하는 ‘희소가치 프로젝트’에도 등장한다. 2022년 6월부터 시작한 해당 사업은 다양한 품종과 특별한 생산환경, 생산방식, 미식경험 확장, 지속가능한 생산방식 등 4가지 기준 중 최소 2가지 이상을 충족시키는 상품을 선별한 큐레이션 상품관이다. 매달 새로운 상품을 엄선해 생산자에게 새로운 유통 판로는 물론, 상품을 소개하는 것이다.
구엄닭 수요는 꾸준하게 늘고 있다. 컬리에 따르면 지난 7월 컬리 내 구엄닭 계란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30% 성장했다. 올해 2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구매자 절반이 유료 멤버십인 컬리멤버스 이용자였다.
이제 구엄닭은 계란뿐만 아니라 백숙, 육수 등 가정간편식(HMR)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윤 이사는 “컬리 등을 통해 판매 경로를 확보하고 상품 샘플링 작업을 진행 중”라며 “구엄닭 고기는 콜라겐 함량이 높고 잡내가 적은 것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제주시 애월읍 산란계 농장 ‘애월아빠들’ 양계장. 정석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