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서울 영등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MDF 패션디자인 공모전’에 참가한 학생들이 마감 시간 안에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연합] |
경기침체 속 소비양극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패션업계의 2분기 성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자이너 브랜드 중심의 K-패션과 ‘가성비’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가 주목받으면서 하반기 패션업계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온라인 유통업체의 패션의류 매출은 전 품목 중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10.4% 감소했다.
백화점 부문에서는 여성정장이 5개월째, 남성의류는 3개월째 매출이 감소했다.
주요 패션 대기업의 2분기 성적은 시장예상치를 밑돌 전망이다. 현대차증권은 삼성물산 패션부문 2분기 매출을 5360억원, 영업이익을 58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5240억원, 570억원) 대비 2.3%, 1.8%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년 동기 대비 5.26% 영업이익이 감소했던 1분기보다는 개선됐지만 안심하긴 어려운 수치다.
키움증권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6%, 30% 감소한 3281억원, 127억원으로 예측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내수 위축으로 의류 매출이 줄자 수입 향수와 화장품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섬은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7% 감소한 3399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7% 증가한 68억원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패션업계가 고물가 장기화로 실적 악화를 경험한 탓에 올해 분기별 성적이 상대적으로 개선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해외 진출을 확대한 한섬이나 이효리 등 유명인을 모델로 쓰는 LF 등 패션업계의 마케팅비용은 계속 커지고 있다.
다만 유통업계 전체 성적표 중 백화점 의류 항목에서는 여성캐쥬얼, 아동·스포츠 품목은 지난달 6.8%, 4.9% ‘반짝’ 성장하며 희망을 보였다. K-패션으로 손꼽히는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이미스, 마뗑킴, 렉토, 아비에무아 등이 불황 속에서도 성장한 영향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한 백화점 바이어는 “더로랑 등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었던 여성복 브랜드가 백화점 팝업을 통해 마니아층을 오프라인으로 이끈 경향이 있다”면서 “이들이 백화점 정식 매장으로 입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선택형 소비가 이뤄지면서 저가형 SPA 브랜드의 성장도 꾸준하다. 이랜드월드 스파오가 대표적이다. 올해 1~2분기 매출 성장률은 전년 대비 20%를 유지하고 있다. 한 자릿수 성장률조차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면 의미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는 물론 룰루레몬, COS, 아르켓 등 프리미엄 SPA 브랜드도 조용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오프라인에서 자유롭게 입어보고 구매하는 소비 경향이 여전해 발길이 많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격식 있는 옷보다 실용성과 트렌드를 갖춘 캐주얼한 디자인이 주목받으면서 기존 정장 브랜드는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틈새를 노리고 한국에 첫 팝업스토어를 연 쉬인 등 해외 패션 이커머스의 영향도 앞으로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는 2분기를 지난 패션업계의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시에, 배드블러드 같은 온라인 여성복 브랜드가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면서 기존 전통 브랜드를 밀어내는 사례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