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포트폴리오 기업 투자금 회수 계획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투자기업에서 경영시스템 부실화, 사법 문제 등 각종 리스크가 발생하며 기업공개(IPO) 가능성에서 멀어진 탓이다. 티몬·위메프(티메프) 판매 대금 정산 지연 사태 중심에 있는 큐텐에도 앵커에쿼티의 자금이 담겨 있으며 손실 위험에 근접한 상태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앵커에쿼티의 주요 기업 투자 금액은 약 1조5950억원을 기록 중이다. 구체적으로 ▷큐텐·큐익스프레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라인게임즈 ▷카카오픽코마 ▷컬리 등이 해당된다.
앵커에쿼티는 IPO로 투자금 회수를 기대했으나 일정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투자 기간이 가장 오래된 큐텐과 큐익스프레스가 최대 고민거리로 지목된다. 큐텐에 속한 티몬과 위메프가 영업활동이 중단되며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이번 사태는 모회사 큐텐의 무리한 인수합병(M&A)에서 비롯된 경영 실패로 평가 받는다.
앵커에쿼티는 2015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함께 티몬 지분 인수에 3800억원을 투입했다. 2021년에는 추가로 500억원을 투자하며 경영권 지분을 높였다. 티몬의 재무구조를 개선해 IPO를 진행하려던 목표였다. 그러나 이듬해 큐텐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싱가포르 소재 기업 큐텐은 국내 1세대 이커머스 G마켓 창업자 구영배 대표가 세운 회사다. 2009년 이베이에 G마켓을 매각하고 2010년 큐텐을 출범했다. 국내에서 경업 금지 기한이 종료되자 2022년 티몬을 인수했다.
이때 앵커에쿼티는 티몬 매각 과정에서 큐텐과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지분으로 정산 받았다. 앵커에쿼티의 투자 금액은 약 2150억원으로 추정된다. 당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과 네이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티몬의 경쟁력은 모호했다. 앵커에쿼티 입장에서 해외 시장을 타깃하는 큐텐과 큐익스프레스가 티몬보다 높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여길 수밖에 없었다.
캡티브를 바탕으로 큐익스프레스의 외형을 키워 나스닥에 상장해 성장 자금을 확보하는 큐텐의 청사진도 실현 가능해 보이던 시점이다. 그러나 큐텐은 티몬 이후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AK몰, 위시 등을 차례로 사들였고 확장에만 치중하는 사이 경영시스템은 무너지고 유동성이 막혔다. 티몬과 위메프의 영업활동이 멈춘 탓에 큐텐은 문제해결에 공 들여야 하는 상황이며 앵커에쿼티의 회수 가능성은 불투명해졌다.
출구 전략 세우기 어려운 포트폴리오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픽코마도 있다. 앵커에쿼티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상장을 기다리다가 일부 구주 정리를 계획했으나 시장에서 딜이 소화되지 않았다. 카카오그룹의 경우 계열사 쪼개기 상장에 따른 ‘미운털’은 물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사법리스크도 부담 요소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일으켰다는 혐의 받고 있으며 김범수 의장은 구속된 상태다.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IPO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도 무의미한 상황이다.
앵커PE의 또 다른 이커머스 포트폴리오 컬리도 눈여겨볼 만하다. 컬리에는 2022년과 2023년 두해에 걸쳐 3500억원가량을 투입했다. 지난해 컬리는 앵커에쿼티로부터 유동성을 지원받고 약속했던 경영 실적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해 투자 단가를 조정했다. 그 결과 올해 앵커PE는 컬리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컬리는 올 1분기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하는 등 수익성을 만들어 가고 있으나 앵커PE의 엑시트는 또 다른 문제다. 계획한 대로 내년에 컬리가 IPO에 성공해도 3조원대 달하는 기업가치를 지킬지 미지수다. 무엇보다 1대주주가 된 앵커PE가 컬리의 경영 안정성을 지키면서 보유 지분을 처리하는 것도 간단한 작업은 아니다.
2022년 투썸플레이스 엑시트 이후 뚜렷한 회수 성과가 부재해 앵커에쿼티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당시 투자 3년 만에 엑시트에 성공한 것은 물론 2배 이상 매각 차익을 달성하며 시장 주목을 받았다. 현재로선 엑시트를 기대할 만한 포트폴리오가 뚜렷하지 않다. 앵커에쿼티가 약 1250억원을 투자한 라인게임즈 역시 라인야후 사태 등 외부 잡음과 경영 실적 부진 여파로 IPO 일정은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