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다시 읽는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

요즘처럼 뜨거운 여름날 개미는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베짱이는 시원한 그늘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일하는 개미를 한심하다고 비웃다가 겨울이 닥쳐왔을 때 베짱이는 춥고 배고팠지만, 개미는 따뜻한 곳에서 배부르게 잘 지낸다는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는 어려운 시기를 대비해서 힘들더라도 열심히 노력해서 준비하라는 교훈을 가르쳐준다.

어린 시절 읽은 이 동화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다. 인생을 사계절로 비유하면 은퇴를 앞둔 지금은 겨울을 앞둔 늦가을 같다. 지난 뜨거운 여름날에 나는 열심히 일했던가, 가을에 풍요로운 수확을 해서 겨울을 대비해 잘 저장을 해두었던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의 노후 준비를 점검해 본다.

지금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개미처럼 잘 준비하였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후를 위한 준비 상황에 대해서 가구주가 은퇴한 가구의 58.4%, 가구주가 은퇴하지 않은 가구의 53.8%가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답변하였다.

대한민국의 고도 성장기에 경제 주체로 한평생을 바쳐 일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써 돈을 벌었을 텐데 왜 이런 조사 결과가 나왔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베이비붐 세대가 성장하고 활동할 때 수명이 이렇게까지 길지 않았었다. 그리고 3대가 같이 사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 부모를 모시고 자식을 키우면서 그렇게 우리는 열심히 살았고 계속 그렇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 기대여명은 은퇴하는 세대가 가진 돈으로 감당하기 힘든 정도로 늘어났고, 더 나아가 자식들에게 손을 벌릴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아무도 이렇게 될 것이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는 단지 동화일 뿐이고 우리의 현실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은퇴한 가구의 생활비 마련 방법으로 국가가 반강제적으로 개입한 공적연금과 공적 수혜금을 선택한 가구가 60%를 넘었지만, 개인의 의지에 의한 개인 저축액과 사적연금을 선택한 가구는 4.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행복한 노후생활을 위해 스스로 저축과 연금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개인연금 가입률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22년 기준 20대, 30대, 40대는 각각 약 5.0%, 11.6%, 18.4%에 불과하다. 만약 충분한 저축을 준비하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상태로 간다면 지금 20~40대도 은퇴할 때 충분한 연금이 준비되어 있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조금 힘들더라도 개미가 뜨거운 햇살 아래 일하듯이 연금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금융자산 투자 시 선호하는 운용 방법 중 연금을 선택한 비율이 2% 미만으로 조사되었다. 보험회사는 20~40대가 노후 준비를 위한 투자 방법으로 연금이 선택될 수 있도록 연금상품 개발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최근 기후 변화로 더 뜨거운 여름날처럼 더 힘든 경제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20~40대이지만 베이비붐 세대와 달리 충분한 연금 또는 저축으로 더 길어질 수명으로 다가올 혹독한 겨울같은 노후생활을 잘 대비하기를 개미와 베짱이를 다시 읽으면서 기원해 본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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