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가계대출 한달새 6.5조 증가, 3년3개월來 최고…김병환 “컨틴전시 플랜 준비”[머니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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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강승연·김광우·홍승희 기자]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지난달에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벌써 3%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그널 등 대출 수요를 자극할 리스크가 산재해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이 715조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일주일 새 2조378억원, 전월 말에 비해 6조5077억원 증가한 것이다.

전월 대비 증가폭으로는 2021년 4월(9조2266억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전월 대비 증가율 역시 올들어 가장 높은 0.92%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증가율은 3월에 마이너스를 보였다가 4월 0.64%, 5월 0.75%, 6월 0.76% 등으로 넉달 연속 상승세다.

지난달 가계대출이 크게 늘면서 지난해 말과 비교한 가계대출 증가율은 3%선을 넘어 3.27%를 나타냈다. 5대 은행이 연초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내놨던 증가율 목표치는 1.5~2%였다. 금융당국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로 관리한다는 게 목표다.

이러한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0일 기준 558조8710억원으로 전월 말(552조1526억원)에 비해 6조7184억원 불어났다. 최근 일주일 만에 2조2230억원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가파르다.

주요 은행들이 최근 한 달 새 2~3차례씩 대출금리를 인상하며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초 하나은행,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 대출금리 인상 릴레이가 이어졌고, 우리은행의 경우 이달 2일부터 대환대출을 포함한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3%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이유로는 금리 인하 기대감과 부동산 거래 회복, 9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 전 막차 수요 등이 꼽힌다. 특히 미 연준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시장에 금리 하락 기대감이 무르익으면서 대출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김병환(오른쪽) 금융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이 6월에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3.708%로 전월(3.914%)과 비교해 0.20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21년 11월(3.642%) 이후 약 2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대출금리 3%대 주택담보대출 취급 비중도 평균 90% 이상으로, 대부분 3%대 금리를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취급분의 97.5%에 3%대 금리가 적용됐다.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대출금리 수준이 가장 높았던 농협은행도 주택담보대출의 74.9%에 3%대 금리를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수요를 조절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시장금리 하락으로 인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AAA·무보증) 5년물 금리는 최근 한 달 간 0.2%포인트 떨어지며 3.2%대에 머물고 있다.

이에 가계부채 관리는 김병환 신임 금융위원장의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취임사에서 “금융시장 안정은 가장 중요한 임무”라며 “가계부채의 경우 금리 인하 기대, 부동산 시장 회복 속에서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도록 치밀한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사전에 준비하는 등 경각심을 갖고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대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시 김 위원장이 테이블 위에 특단의 대책을 꺼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앞으로 대출은 더욱 활발히 일어날 거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집값이 상승할 거란 기대감이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이겨내고 있다”며 “금리를 올린다고 사람들이 대출을 덜 받지는 않을 거란 얘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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