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파월’에 국채금리 연최저치 또 돌파…대출금리 더 낮아진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홍보물이 붙어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라 국내 채권금리가 연저점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향후 대출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금리 흐름이 주택담보대출 수요를 자극해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수 있단 우려까지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8bp(1bp=0.01%포인트) 내린 연 2.976%에 마감했다. 지난달 29일(연 2.978%) 이후 3거래일 만에 연중 최저치를 다시 썼다. 10년물 금리는 연 3.010%로 5.4bp 떨어졌다. 10년물 금리 역시 지난달 29일(연 3.046%) 이후 3거래일 만에 연저점을 나타냈다.

미국이 9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근거가 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했지만, 9월 이후 통화정책 전환(피벗)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생긴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결정에 발목을 잡고 있던 요인 중 하나가 환율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 달러가 약세를 보이게 될 수 있고, 환율은 일부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3원 내린 1366.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6월 7일(1365.3원) 이후 약 두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와 상관없이 시장금리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연준이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울수록 미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우리 국고채 금리에도 하방 압력을 가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우리나라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의 상관계수를 2022~2024년 기준 0.94로 분석했다. 이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한미 국채금리의 동조화가 강해진다는 뜻이다.

채권금리 하락 영향으로 대출금리도 낮아지고 있다.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에 따르면 가계대출 금리는 최근 한 달 사이 4.49%에서 4.26%로 0.23%포인트 떨어졌다. 2022년 6월(4.23%) 이후 2년 만에 최저 기록이다. 주택담보대출(3.71%)은 0.20%포인트 내렸다. 주택담보대출은 여덟 달 내리 뒷걸음쳐 2021년 12월(3.63%)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이르렀다.

시중은행들은 대출 증가세 억제를 위해 가산금리를 조정해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상향하고 있지만, 채권금리 하락세가 계속될 경우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 중 하나가 채권이기 때문으로, 낮아진 조달비용을 반영하다 보면 대출금리 하락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채권금리 하향세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 가능성이 주택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은 7월 말 기준 715조7383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사이 7조1660억원 늘었다. 3년 3개월 만에 월간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주택담보대출이 552조1526억원에서 559조7501억원으로 7조5975억원 늘면서 증가세를 견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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