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정산 지연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문이 잠겨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티몬·위메프 사태로 이커머스 업계가 판매자(셀러)를 안심시키는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유사한 피해 사례를 우려하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서다. 2일 헤럴드경제는 이커머스를 이용하는 소비자판매자가 거래의 안정성을 따져볼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을 짚어봤다.
우선 이커머스별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같은 상품을 샀더라도 어떤 이커머스에서 샀는지에 따라 보호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사업자는 크게 직매입 또는 위수탁 계약을 하는 ‘통신판매업자’, 중개거래를 하는 ‘통신판매중개업자(중개자·오픈마켓)’로 나뉜다. 업체가 중개업자라면 배송, 반품, 제품 하자 등 소비자 피해에 대해 기본적으로 중개업체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 반면 통신판매업자는 해당 업체가 고객 문의와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한다. 대표적인 통신판매업자는 롯데온, 신세계몰 등 대기업 유통사의 종합몰이 해당된다.
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위메프와 티몬 정산 지연 사태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
티몬은 2017년, 위메프는 2019년 통신판매중개자로 지위를 전환했다. 티메프에서 구입한 여행 상품, 숙박권 등에 대해 사태 초기 소비자-업체 간 갈등이 발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신판매중개자인 이커머스들은 “입점 판매자가 등록한 상품, 거래정보 및 거래에 대하여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문구로 이 사실을 고지한다.
통신판매중개업자에 대한 규제가 없어 법적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돼 왔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상 의무사항이 없어 정산주기와 판매대금 관리가 사실상 자율에 맡겨졌기 때문이다.
반면 직매입과 위수탁 거래를 하는 연매출(직전 사업연도의 소매업종 매출액) 1000억원 이상, 또는 임차 매장면적 3000㎡ 이상인 곳은 오프라인과 동일하게 대규모유통업법의 ‘40일(위탁판매)·60일(직매입)’ 이내 원칙을 적용받는다.
위메프는 통신판매중개업자다. 홈페이지에는 입점 판매자의 거래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문구가 적혀 있다. [위메프 홈페이지 캡처] |
즉, 거래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통신판매업자인지, 대규모유통업법 적용을 받는지를 파악하는 게 도움이 된다. 보통 홈페이지 하단에 이를 알려주는 문구가 있다.
문제는 통신판매업자로 시작한 이커머스더라도 중개수수료를 얻을 수 있는 오픈마켓의 이점을 누리고자 통신판매중개서비스를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쓱닷컴, 쿠팡, 홈플러스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더해 이커머스의 현금 보유 상황 등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를 확인해야 한다. 기준이 되는 지표는 금융감독원의 ‘전자금융업자 경영지도 기준’이다. 이 기준에 따라 유동비율(유동부채 대비 유동자산 비중)은 50% 이상이어야 한다.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몬(2022년)과 위메프(2023년)의 유동비율은 각각 18%, 19%에 불과했다. 네이버쇼핑의 네이버파이낸셜, 지마켓의 유동비율 지난해 기준 각각 133%, 112%였다.
이커머스의 경우 대부분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연간 단위의 감사보고서로 이 내용을 파악할 수밖에 없다. 분기별 자금 상황을 알 수 없다는 건 한계다. 티몬은 심지어 2023년 감사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았다. 지난해 기준 유동비율 상황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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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복잡한 이커머스 방정식에서 정산 주기는 판매자 입장에서 거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표로 인식된다. 정산 주기는 잡화 처리 후 1영업일 이후에 정산되는 네이버 빠른 정산부터 설정에 따라 약 두 달이 걸리는 쿠팡까지 제각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자도 사업의 주체이기 때문에 남들이 많이 들어간다고 입점하는 것은 위험한 결정이 될 수 있다”며 “자본잠식 여부, 해당 플랫폼의 채무 상태, 최소 정산 주기를 따져서 자금 운용 계획을 세우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티메프 사태로 정산 주기, 대금 관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금 관련 최소 예치금 비율을 정하거나 고객 결제 시 수수료를 제외하고 바로 판매자에게 대금이 전해지는 시스템 등을 대안으로 거론한다. 다만 일괄적인 정산 주기 적용이 일부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신생·중소 이커머스의 유동성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은 물건이 고객에게 배송됐을 때 구매 확정을 해야 매출로 인식, 대금이 넘어가는 구조”라며 “판매자가 물건에 대한 책임을 지기 때문인데 이 시차를 무작정 당기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