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관계자들이 지난 1일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빨간색 원 안) 자택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 박스를 들고 나가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구영배 큐텐 대표가 자구책 중 하나로 ‘공공플랫폼’을 제시했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구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해 공공플랫폼인 ‘K-커머스(가칭)’를 출범하고, 판매자가 합병법인의 대주주가 되도록 하는 내용의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 ‘K-커머스’는 판매자가 주주가 돼 이사회와 경영에 참여하는 구조다. 티몬과 위메프가 합병할 경우 인력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어 수익 개선도 가능하다는 것이 구 대표의 설명이다.
구 대표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K-플랫폼을 상장하거나 매각을 해 2025년이나 2026년, 채권자들이 신속히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회생법원에 신청한 자율구조조정(ARS)을 통해 채권자와 이 같은 자구안을 논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2일 티몬·위메프에 대한 회생 절차 심문을 시작했다. 티몬과 위메프의 기업 가치를 선정하기 위한 실사 작업 등을 거치면 결론까지는 한 달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장 파산을 눈앞에 둔 판매자 등 채권자들이 구 대표의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플랫폼은 ‘망상’에 가까운 얘기”라며 “돈을 받지 못해 직원을 자르고, 당장 부도 위기에 직면한 판매자에게 제안할 자구책은 아니다”고 했다. 전날 서왕진·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서울 모처에서 개최한 ‘미정산 사태 관련 피해 업체 현장간담회’에서도 “다음 달이면 판매자가 모두 파산한다” “파산하더라도 대리운전이라도 하게 신용 회복이라도 시켜달라”는 절규가 쏟아졌다.
티몬위메프 미정산 피해 판매자들이 지난 1일 강남경찰서에서 고소장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
구 대표와 각 계열사 대표들은 법원 심문을 앞두고 ‘현실성’ 없는 자구책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전날에는 위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의 매각 소식이 알려졌다. 위메프는 알리·테무에 매각 의사를 전달할 계획이며, 인터파크커머스 역시 인수 희망자 2곳과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본총액은 위메프는 -2398억원(2023년 기준)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인터파크커머스 역시 자산총계 1152억원 중 부채가 993억원으로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인수 계획이 전혀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구 대표는 피해 회복을 위해 현재 중단된 위메프와 티몬의 영업을 재개해야 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구 대표는 “사이트를 오픈하고 사업을 재개하면 고객과 판매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그래야만 매각 가격도, 지분도 가치가 생겨 피해 회복에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구 대표가 현실성 없는 주장을 쏟아내면서 큐텐그룹과 계열사의 투자자(FI)들은 구 대표의 경영권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실제 큐익스프레스 주요 주주와 채권자(FI)들은 큐익스프레스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FI가 보유한 전환·교환권을 활용하면 큐텐과 구 대표가 보유한 큐익스프레스 지분율(약 95%)을 50% 미만으로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7일 구 대표가 큐익스프레스 대표에서 사임한 것도 주주들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