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가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추가 통제 움직임에 대해 중국이 반격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2일 미국의 관련 움직임을 “중국 인공지능(AI) 산업을 억제해 세계적 독점을 유지하기 위한 패권적 조치”라고 비판하면서 이런 경고 메시지를 냈다.
신문은 관측통을 인용, “미국이 이른바 ‘작은 뜰에 높은 담장(small-yard, high-fence)’ 전략을 계속 확대함에 따라 중국은 필요한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것을 포함한 반격·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31일 미국이 이르면 다음 달 말에 공개할 것으로 알려진 대중 반도체 추가 통제 조치에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중국 기업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보도 직후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억제와 탄압은 중국 발전을 막을 수 없고, 중국의 과학·기술 자립자강 결심과 능력을 키울 뿐”이라며 “관련 국가들이 (미국의) 위협에 단호히 저항해 공평하고 개방적인 국제 무역 질서를 함께 지키고 자신의 장기적 이익을 진정으로 수호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글로벌타임스 보도는 중국 정부를 대신해 미국을 겨냥한 강한 경고성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전문가는 미국이 대중 통제와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을 강화함에 따라 미중 관계가 더욱 악화하고 미국 기업은 물론 미국 동맹국에게도 손해를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뤼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은 과거 매년 중국에 많은 양의 반도체 제품을 수출했지만 미국의 수출제한으로 한국은 중국에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며 “미국의 이기적인 움직임은 동맹국 생산능력에 해를 끼치고 언젠가는 해당 국가가 미국의 강압에 저항하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가운데 중국이 올 여름 반도체 장비에서 기본적인 자립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 중웨이반도체설비유한공사(AMEC)의 인즈야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나는 우리가 해결책을 찾으려면 최소 10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난 2년간 수백 개 기업들의 합동 노력으로 우리는 기본적인 자급자족을 올여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역량이 미국에 뒤처져 있지만 중국이 추후 5∼10년 내 업계 최고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