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일본 도쿄 긴자에서 쇼핑 중인 중국인 관광객 장레이씨가 구매한 물건을 보이며 웃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지난달 화폐가치가 기록적으로 떨어진 일본에서 값비싼 명품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주로 부유한 중국 관광객들이 보다 저렴하게 명품을 사기 위해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일(현지시간) 지난달 일본 엔화 가치가 38년 만에 달러당 160엔을 기록한 가운데, 환율로 인한 가격 차이를 노린 중국 및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이 일본에서 명품을 싹쓸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후난성 출신의 장레이(29세)는 명품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장씨는 도쿄의 쇼핑 중심지역인 긴자에서 루이비통 쇼핑백 두 개와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오니츠카 타이거 로고가 박힌 쇼핑백을 들고 나오며 “더 저렴하다”고 말했다. 장씨가 나온 루이비통 매장 앞에는 15명 가량의 손님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장씨는 신발과 가방을 구매했다며 이제 손목 시계를 사러 롤렉스 매장에 간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명품 쇼핑을 하는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명품 기업의 일본 매출이 급증했다.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까르띠에, 몽블랑 등의 고가 브랜드를 거느린 스위스의 리슈몽 그룹은 중국, 동남아, 미국 관광객에 힘입어 일본에서의 1분기 매출이 거의 60% 증가했다.
프랑스 명품 기업 케링도 산하 브랜드인 입생로랑의 일본 매출이 올해 상반기 47% 증가했다고 밝혔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역시 지난달 발표에서 올해 상반기 일본 실적 개선을 언급하며 “특히 중국 여행객들의 구매가 늘어나면서 일본 매출이 급성장했다”고 밝혔다.
정작 글로벌 명품 기업들은 일본에서의 매출 급증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달러로 환산 시 일본에서의 가격이 다른 곳보다 더 저렴해지기 때문에 수익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엔화가 일본에서의 명품 가격이 중국과 같아지기 위해서는 달러당 136엔 정도까지 올라야 한다. 현재 엔 달러 환율은 149.36엔이다.
루이비통 입문백으로도 불리는 알마BB는 중국에서 14800위안(2050달러)이지만 일본에서는 279400엔(1875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달 엔화가 가장 약세였을 땐 1725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장 자크 귀오니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4일 실적발표에서 “우리는 아시아에서 일본으로 사업의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라며 “중국 고객들이 자국에서 쇼핑을 하지 않으면서 중국 사업에 ‘디플레이션’ 효과가 나고 있다. 이는 수익에 큰 압박이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귀오니 CFO는 또한 “환율은 매우 빠르게 변동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본은행이 지난달 31일 금리를 인상하면서 달러당 엔화 가치는 4개월 만에 149엔대로 급등했다.
프랑스 명품 주류 회사인 레미 코인트로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에서의 판매 촉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카 마로타 레미코인트로 CFO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일본은 관광과 엔화 약세에 힘입어 매출 성장을 이뤘지만 수익은 낮았다”고 밝혔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6월 310만명의 외국인 방문객을 기록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관광객들의 지출은 올해 8조엔(약 73조6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오랫동안 고령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일본 경제에서 관광 부문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