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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왼쪽 두번째) 기획재정부 1차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소비자물가가 넉 달 연속으로 2%대에 안착하는 흐름속에서 석유류와 농산물이 향후 물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석유류는 2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배는 관련통계를 작성한 1975년 1월이래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중동 불안 재확산에 따른 국제유가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시 ‘상황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적기 대응하고 여름철 기상이변 등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비축물량 방출과 할인지원을 통해 수급 안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기상악화 등 일시적 요인이 해소되고 추가 충격이 없다면 이달부터 2%대 초중반 물가 둔화 흐름이 재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13(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2.6% 올랐다.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8%에서 2~3월 3.1%로 정점을 찍은 뒤 4월부터 2%대로 내려앉았다. 4월 2.9%, 5월 2.7%, 6월 2.4%에 이어 7월까지 넉 달 연속 2%대 상승률을 나타냈으나 전달보다는 상승폭이 확대됐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지난달에도 5.5% 증가해 물가 상승세를 견인했다. 사과(39.6%)와 배(154.6%) 등 과일 가격 강세 흐름이 이어졌다. 특히 배 가격은1975년 1월부터 시작한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석유류도 8.4% 올라 2022년 10월(10.3%)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 상승 및 유류세 인하 조치 일부 환원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기여도 측면에서는 석유류가 전체 물가를 0.32%포인트(p) 끌어올렸고, 농·축·수산물도 0.41%p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지수들은 2% 초반대에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갔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작년 동월 대비 2.1%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2% 상승했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7월 소비자물가가 집중호우, 국제유가 영향 등으로 2.6% 상승했지만 4개월 연속 2%대를 유지하고 근원물가도 2.2% 상승하면서 물가 안정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상악화 등 일시적 요인이 해소되고 추가 충격이 없다면 8월부터는 2%대 초중반 물가 둔화 흐름이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동 불안 재확산, 기상이변 등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물가안정 흐름 안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 차관은 중동정세 관련 국제유가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시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적기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알뜰주유소를 연내 40개 선정하는 등 석유류 가격의 구조적 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안정적인 여름철 농산물 수급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배추·무의 수급 안정을 위해 비축 물량을 하루 300톤 이상 방출하고 있다. 전날(1일)부터 배추를 30% 할인된 가격에 대형마트에 공급하고 있다. 또 식품업계 원가 절감 지원을 지속하겠다며 원가 하락이 제품가격에 반영될 수 있도록 업계와 소통키로 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이날 주재한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대로 소폭 높아진 것은 유가 상승의 영향이 작용한 데다 집중 호우와 같은 일시적 요인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8월부터 지난해 유가·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기저 효과도 크게 작용하면서 다시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며 “중동정세 악화, 기상 여건, 환율 추이 등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여전히 있어 이달 경제 전망을 발표할 때 물가 여건을 면밀히 점검한 뒤 분기 전망 경로를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문숙·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