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여성최초” 복서 임애지, 이젠 ‘메달 색’ 정할 시간 |

임애지가 1일(현지시간) 프랑스 빌팽트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여자 복싱 54kg급 준준결승에서 콜롬비아 예니 아리아스와 경기를 펼치고 있다. 2024.8.1 빌팽트=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YSH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제가 우리나라 복싱 발전에 도움이 된 것 같아 정말 행복하다.”

한국 복싱에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선사한 임애지(25·화순군청)가 동메달을 확보한 뒤 활짝 웃었다. “사실 너무 무서웠다”는 너스레도 이어졌다.

임애지는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8강전에서 예니 마르셀라 아리아스 카스타네다(콜롬비아)에게 3-2로 판정승했다.

올림픽 복싱은 동메달 결정전을 치르지 않기 때문에 준결승에만 올라가도 동메달이 확보된다.

임애지는 경기 소감을 묻는 질문에 대뜸 “사실은 너무 무서웠어요”고 말했다. 황소처럼 달려드는 강적을 만나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임애지는 스텝을 통해 상대와 간격을 유지하는 아웃복서이며, 카스타네다는 전형적인 인파이터다. 링에 올라갈 때부터 누구 한 사람은 쓰러져야 경기가 끝날 것 같다는 표정을 보였던 카스타네다는 1라운드 공이 울리자마자 말 그대로 돌격했다.

임애지는 “상대가 원래 파워풀한 선수다. 전략을 많이 세웠는데, 내가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성공적으로 상대 공격을 흘려보내) 엇박자가 나오는 게 정말 즐겁다. 그럴 때는 내 페이스대로 경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임애지가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준준결승에서 콜롬비아 예니 마르셀라 아리아스 카스타네다에게 승리 후 취재진 앞에서 올림픽 선글라스를 끼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접전의 접접. 임애지는 최종 판정이 나올 때까지 승리를 확신하지 못했다. 그는 “내가 조금 더 정확하게 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끝까지 승리를 확신하지 못했다”면서 “경기 중에는 (코치) 선생님들이 말씀 안 해주셔서 표정을 본다. 선생님들 표정도 긴가민가해서 ‘내가 확실하게 해야 하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임애지는 이날 경기로 2012 런던 올림픽 한순철(은메달) 이후 한국 복싱에 12년 만의 메달을 안겼다. 한국 여자 복싱 선수로는 최초의 메달리스트다.

임애지는 “제가 여자 복싱 최초로 유스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땄었다. 그때 최초라는 말을 들어서 무척 뜻깊었는데, 그래서 이번에도 여자 최초 타이틀이 더 뜻깊다”고 했다.

임애지는 앞서 도쿄 올림픽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모두 첫판에서 탈락했다. 그는 “(당시) 선생님이 도쿄 대회 끝나고 ‘파리 올림픽 3년 남았다’고 하셔서 그 말에 힘이 쭉 빠졌다. 지난 3년 동안 어떻게 했나 싶다”고 감회에 젖었다.

임애지는 한국시간으로 4일 오후 11시 34분 하티세 아크바시(튀르키예)와 결승 티켓을 놓고 대결한다.

“선생님들이 (8강 경기를 앞두고) 한 번만 이기면 메달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저는 ‘(금메달 따게) 세 번 이길 거예요’라고 말했다. 결승까지 생각하고 있다.”

여성 복서로는 한국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게 될 임애지의 메달 사냥 출사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