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LG엔솔이 주목한 ‘건식 전극공정’…배터리 가격 낮출 키 될까 [비즈360]

테슬라 사이버트럭 [테슬라 홈페이지]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대중화를 위해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에 배터리 업계에서는 성능과 효율을 높이면서도, 저렴한 배터리 양산을 위한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업계에서 주목받는 것은 ‘건식 전극공정’이다. 테슬라는 최근 음극에 건식공정을 적용한 원통형 4680(지름 46㎜·길이 80㎜) 배터리를 탑재한 사이버트럭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테슬라는 지난 2020년 개최된 ‘배터리데이’에서 4680 셀을 발표하면서 건식 공정 등을 적용해 배터리 제조 비용을 50% 절감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앞서 2019년에는 건식 코팅 스타트업인 맥스웰 테크놀로지를 인수해 건식 전극기술의 구현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4~5년이 흐른 현재, 테스트 차량이 막 나오기 시작할 정도로 구현하기 쉽지 않은 기술이기도 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김제영 최고기술책임자(CTO) 역시 최근 사내 뉴스레터 인터뷰를 통해 제품 경쟁력 향상을 위한 핵심 공정 기술로 건식 전극공정을 꼽았다.

건식 전극기술은 양·음극 활물질과 도전재, 바인더를 파우더 형태로 혼합해 전극을 제작하는 공정 기술을 말한다. 건조를 위한 별도의 열처리 과정이 필요 없어 경제성이 뛰어나며, 배터리 밀도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 전무는 “LG에너지솔루션은 건식 전극기술의 연구 단계를 넘어 파일럿 공정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빠르면 2028년에 이 공정을 도입한 제품을 본격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자료]

리튬이온배터리는 크게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전극공정 ▷배터리의 형태를 만드는 조립공정 ▷전기 에너지를 활성화하고 안정화하는 활성화공정 ▷제조된 배터리를 모듈화하는 팩공정으로 나눠진다.

이 가운데 전극공정은 배터리의 성능과 수명을 좌우하는, 배터리 제조에 있어 핵심이 되는 공정이다. 다양한 재료를 혼합하고 코팅해 전극을 형성하며 이후 건조와 압착 등의 과정을 거쳐 전극의 특성을 최적화한다.

전극공정은 세부적으로 ▷믹싱 ▷코팅 ▷건조 ▷롤프레싱 ▷슬리팅·노칭 공정으로 구성된다. 현재 대부분의 리튬이온배터리는 습식 공정을 통해 생산된다. 특히 믹싱공정에서는 노말메틸피롤리돈(NMP)이라는 용매가 사용되는데, 이를 통해 나온 슬러리(양·음극 활물질과 용매 등을 섞어 나온 중간재)는 액체 상태를 유지한다.

NMP는 바인더와 다른 물질이 잘 혼합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지만, 유해 물질로 분류돼 회수해 사용해야 한다. 또 용매를 제거하고 회수하기 위해 높은 온도로 가열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량이 상당하다. 액체 상태의 슬러리를 건조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특히 건식 공정은 건조 과정 없이 재료를 고체 가루 형태로 바로 코팅하는 방식을 채택해, 제조 공정을 단순화할 수 있다. 코팅 두께를 습식공정 대비 높일 수 있어 분리막의 수를 줄이고, 양극재를 더 많이 투입해 에너지밀도가 높은 배터리 제조가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식공정은 건조공정이 불필요해 에너지 비용을 30% 절감할 수 있으며, 건조에 필요한 면적도 50% 줄일 수 있다”며 “건식공정을 적용한 4680 배터리는 이론적으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보다 저렴해질 수 있지만, 아직 기술 개발이 성공적이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자료]

올해 하반기부터 4680 배터리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당초 양산 과정에 건식공정을 도입하려고 했으나, 공정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판단 하에 도입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르면 올해 4분기에 관련 파일럿 생산라인을 충북 오창 공장에 구축하고, 2028년까지 건식 전극공정을 상용화해 경쟁자 대비 앞서겠다는 목표다.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회사를 비롯해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 등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도 건식 전극기술을 개발 중이다.

완성차 업체도 이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배터리 자회사 파워코를 통해 건식 코팅 공정을 개발 중이다. 파워코는 독일의 인쇄기 전문업체인 코닉앤바우어와 협업을 통해 건식 전극 코팅 제조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 유럽과 북미의 배터리 셀 생산 공장에 이를 도입, 2027년쯤부터는 상업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재모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이 기술의 상용화는 배터리 제조 비용 절감과 동시에 성능 향상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현재까지 대량 양산화에 성공한 기업은 없지만, 주요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건식 전극공정이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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