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국회의원 당선자의 자녀인 20대 학생이 모 금고에서 사업자대출을 받아 그 대출금으로 아파트를 구입했다고 한다. 소득이 전혀 없는 자녀가 11억원의 고액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기업의 운용자금 용도의 대출을 받아서 거주 목적의 아파트 구입자금으로 사용했다고 하니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더 나아가 대출금을 아파트 구입 자금으로 사용한 것이 뭐가 문제냐는 식의 초기 반응을 접하고는 더욱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금융권의 대출은 크게 가계대출과 기업대출로 구분되며, 대출의 성격에 따라 다른 규제가 적용되어 한정된 자금이 생산적인 분야로 융통되게 한다. 예를 들어 가계 주택담보대출은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적용되나, 기업대출의 사업자주택담보 대출의 경우 LTV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대출한도의 경우에도 가계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사업자주택담보대출의 한도가 높게 책정된다.
이러한 규체 차익이 존재하다 보니 이를 회피하려는 ‘용도 외 대출’, 소위 ‘작업대출’(허위서류를 이용한 대출)도 생기고 있다. 용도 외 대출을 위해서는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전문적으로 위조하고 대출을 중개하는 업자가 개입돼 있어 작업대출이라고 하는 것이다.
최근 문제가 된 작업대출은 임대차계약서, 사업자등록증 등을 위·변조해 받는 고액 대출 유형으로, 대출모집인 등 ‘작업대출업자’가 사업자가 아닌 개인 차주를 사업자로 둔갑시켜 대출액을 늘려주고 주택담보대출로 우회해 금융권 자금을 편법으로 이용할 수 있게 알선하는 행위이다. 대출서류의 위·변조 등에 가담한 대출신청자도 불법 대출에 가담한 공범이 된다.
작업대출은 생산적 용도로 사용되어야 할 자금을 개인의 주택 구입 용도 등으로 사용하게 해 금융의 자금 공급 기능을 저하시키고 국가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크게 훼손한다. 각종 규제, 특히 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가계대출 관련 규제를 형해화 할 수 있다. 금융회사의 대출 부실위험 증가 및 건전성 악화 가능성도 있다.
작업대출이 당국 및 금융권의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출신청자의 절박한 심정과 이를 악용하려는 작업대출업자의 이기심,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점은 작업대출시 선취 이자를 지급하고 고금리의 이자를 납부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대출신청자가 대출의 온전한 이익을 향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범이 되어 형사 처벌을 받거나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되어 금융거래가 제한되며, 취업시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형법상 처벌 수준은 공문서 등의 위·변조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사문서 등의 위·변조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사기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최근 작업대출은 금융회사 내부자와 공모 및 결탁해 은밀하게 대출이 이루어지는 등 점차 조직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규모도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적인 작업대출에 연루된 관계자에 대해선 엄격한 처벌 등을 통해 사회 규율이 정립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자금의 투명하고 원활한 융통과 특히 서민금융의 활성화 등을 통해 작업대출이 사라지는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고대해 본다.
이후록 법무법인 율촌 수석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