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을 압박해왔던 미국의 ‘뜨거운 노동시장’이 빠른 속도로 식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30∼31일 열렸던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9월 ‘빅스텝 금리인하’(0.50%포인트 인하) 기대를 높이고 있다.
미 노동부는 7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1만4천명 늘었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이는 직전 12개월간 평균 증가폭(21만5천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8만5천명)도 크게 밑돌았다.
업종별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의료 부문 고용이 5만5천명 늘어 직전 12개월 평균치(6만3천명)에 조금 못 미치는 증가 폭을 보였다. 건설은 2만5천명, 운수·창고는 1만4천명의 고용을 보탰다.반면 정보 부문은 7월 들어 고용이 2만명 감소했다.
지난 5월 고용 증가 폭은 21만8천명에서 21만6천명으로 2천명 하향 조정됐고, 6월 고용 증가 폭은 20만6천명에서 17만9천명으로 2만7천명으로 하향 조정됐다. 5∼6월을 합산한 하향 조정 폭은 2만9천명에 달했다.
7월 실업률은 4.3%로 6월(4.1%) 대비 0.2%포인트 상승했으며, 4.1%를 예상한 전문가 전망치 역시 웃돌았다.7월 실업률은 2021년 10월(4.5%)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은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3.6%로, 모두 시장 전망치에 0.1%포인트씩 밑돌았다.
평균 수준을 크게 밑도는 7월 고용 증가세와 기존 지표의 하향 조정, 예상 밖 실업률 증가는 미국의 경기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식어가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연준이 금리 인하 개시를 너무 늦게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9월 회의에서 연준이 빅스텝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는 최근 언론기고에서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침체를 막는 게 이미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인하를 주저하는 것은 불필요한 위험만 늘릴 것”이라고 말해 앞선 7월 회의에서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동시장 약화와 경기 하강을 시사하는 7월 고용보고서는 금융시장에도 충격을 미쳤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고용지표 발표 후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오전 9시 현재 3.85%로, 전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대비 12bp(1bp=0.01%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지난 2월 초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같은 시간 3.96%로 전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대비 19bp나 급락했다.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3%대로 떨어진 것은 작년 5월 중순 이후 1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뉴욕증시 개장 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주가지수 선물은 전장 대비 1.6%, 나스닥100 지수 선물은 2.3% 하락 거래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이날 고용지표 발표 직후 연준이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낮출 확률을 63%로 반영했다. 이는 전날의 22%에서 크게 오른 것이다.
벨웨더웰스의 클라크 벨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의 고용시장은 지난 2년 금리 인상기 동안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왔다”면서도 “연준은 기대에 부응하는 9월 인하를 통해 추가적인 노동시장 둔화에 대비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뉴욕=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