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살인적 물폭탄 맞는 印, 왜?…“‘대기의 강’ 현상 탓”[헬로인디아]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몬순(우기)으로 인한 대량의 비가 내린 가운데 자동차 수리 직원들이 가게 내부에 물이 차오르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인도 남부에서 몬순(우기) 폭우로 발생한 대형 산사태 관련 사망자가 수백명에 이르는 등 초대형 자연 재해가 끊이지 않는 원인으로 기후 변화가 지목됐다. 이전보다 대기의 온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대기 중에 수증기가 대규모의 기류를 이루어 좁고 길게 흐르는 현상인 ‘대기의 강(Atmospheric River)’이 매년 큰 규모로 형성돼 인명 피해를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대기의 강’ 현상으로 수분이 크게 증가하면서 더 큰 규모의 자연 재해가 매년 발생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보도했다.

대기의 강은 열대 지역에 머물러 있던 많은 양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바람 등의 외부 요인에 의해 대기 중으로 상승 및 이동하면서 형성된다. 평균적으로 지구에서 가장 큰 강인 아마존강보다 두 배 이상의 수증기를 운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대기의 강 현상으로 인한 수증기의 양이 증폭하면서 더 큰 규모의 홍수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의 경우 매년 6월부터 9월 사이에 인도양의 기온이 상승하면우기로 이어지는 대기의 강이 생긴다고 인도 기상학자들은 설명했다.

지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1951~2020년 사이 일어난 몬순기에서 총 574개의 대기의 강 현상이 발생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이 같은 현상의 빈도가 점차 잦아졌다. 논문은 “지난 20년 동안 발생한 대기의 강 현상 중 80%가 극심한 홍수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이번 논문에 참여한 인도공과대학(IIT)과 캘리포니아대 연구 팀도 1985년에서 2020년까지 인도에서 극심한 피해를 일으킨 홍수 10건 중 7건이 대기의 강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최근 수십 년간 인도양에서 증발 현상이 크게 증가했으며, 기온 상승으로 대기의 강 현상과 홍수의 빈도가 모두 증가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8일 인도 잠무에서 차량들이 폭우를 뚫고 침수된 도로를 통과하고 있다. [AP]

인도 열대기상연구소의 기후학자인 록시 매튜 콜은 BBC에 “장마철에 인도반도 쪽으로 이동하는 수분의 변동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산사태와 갑작스러운 홍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BBC는 남아시아 국가에선 홍수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사이클론에 대한 연구에 비해 대기의 강 현상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태라고 전했다.

인도르 인도공과대학의 로사 링과 연구 학자는 “인도 지역에선 대기의 강 현상이라는 개념이 다른 자연 재해보다 비교적 생소한 만큼, 기후 과학자들 간의 효과적인 협력이 현재로선 어렵다”며 “매년 홍수로 인도 일부 지역에 극심한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이 같은 현상을 연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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