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티메프) 피해자가 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인근에서 환불 등을 촉구하는 릴레이 우산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티몬과 위메프가 법원의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밟는 가운데 소비자 환불 작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해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일반상품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환불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나 액수가 큰 여행상품과 상품권은 환불 책임 소재를 놓고 여전히 법리 검토가 진행 중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여신금융협회는 티몬·위메프의 여행상품과 상품권에 대해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가 법적으로 환불 의무가 있는지에 대한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금융당국도 해당 법적 쟁점을 살펴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여행상품과 상품권 환불은 당분간 보류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행상품 결제는 '여행사→티몬·위메프→PG사→카드사→소비자' 순으로 이뤄진다. PG사들은 판매 절차가 완료돼 여행이 확정됐다면 여행사가 환불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불 책임을 둘러싼 PG사와 여행사 간 다툼 속에 당장 여행을 앞둔 피해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마음만 졸이고 있다.
티몬·위메프 사태 피해자들이 모여있는 오픈 채팅방에는 4일 "책임 떠넘기기 아니냐", "결국 우리(소비자)만 피해"라는 등 항의 글이 빗발쳤다.
피해자들은 소비자와의 계약 당사자인 여행사가 환불 절차에서는 발을 빼고 자사에 재결제하라고 요구한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위메프에서 노랑풍선의 괌 여행상품을 구입한 박모 씨는 "나는 노랑풍선이랑 계약한 것 아니냐. 자기들이 발권하겠다는 문자까지 보내놓고 인제 와서 환불은 위메프에서 받고 재결제를 하라니 말이 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사태 초기에 PG사들이 막대한 손실금이 예상되자 한동안 카드 결제 취소를 막으면서 지금의 무더기 환불 지연 사태가 초래됐다는 지적도 많다.
소비자 환불은 절차대로 진행하고, 손실금은 PG사가 티몬·위메프에 청구해 받아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한 피해자는 "PG사들이 카드 취소만 안 막았어도 다 환불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억울해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소비자한테는 환불해 주고 구상권을 청구하든 소송을 걸든 회사끼리 싸우는 게 맞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토스페이 등 간편결제사들은 여행상품을 환불해주고 있다는 소식이 속속 전해지면서 피해자들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이에 카드 결제나 무통장 입금을 한 피해자들은 "누군 받고, 누군 못 받고 이게 뭐냐", "페이도 해줬으니 카드는 당연히 해준다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결제 수단에 따라 환불 (여부가) 달라지는 건 말도 안 되는 것 같은데 이걸 대체 어디에다가 말해야 하나"는 등 불만을 쏟아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관련 법리 검토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한국소비자원의 분쟁조정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으로 티몬·위메프에서 여행·숙박·항공권 환불을 못 받은 피해 고객의 집단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4063건이다.
기다리다 지친 피해자들은 PG사와 카드사에 환불을 촉구하고자 직접 행동에 나섰다.
피해자 10여명은 체감온도가 35도까지 오른 이날 정오께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건물 앞에서 1인 릴레이 '우산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카드사와 PG사 간 계약 문제인데 왜 고객이 처리해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