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회사가 절반가량 부담…내년 하반기 지급 예상
지난해 8월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 피해자들이 지역 전력망 관리업체와 행정 당국 등을 상대로 낸 소송이 약 40억달러 규모의 배상금 지급으로 결론나게 됐다.
3일(현지시간) 하와이주(州) 정부에 따르면 이 소송의 피고인 전력망 관리업체 하와이안 일렉트릭과 주 정부, 마우이 카운티 등은 개인 및 집단 소송을 대리하는 원고 측 대표 변호사와 배상금에 합의하고 소송을 모두 매듭짓기로 했다.
피고들은 산불 피해자 약 2천200명을 포함해 배상을 요구한 모든 사람에게 총 40억3천700만달러(약 5조5천억원)를 함께 지급하기로 했다.
이 합의는 앞으로 사법부의 검토와 승인을 거쳐야 하며, 주 정부가 기여하는 금액은 주 의회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실제 배상금 지급은 내년 중반께부터 시작될 것으로 주 정부는 예상했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일반적으로 이런 대규모 산불 관련 민사 소송이 해결되는 데 수년이 걸린 데 비해 이번 소송이 1년 안에 해결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번 합의가 주민들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와이안 일렉트릭은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와 모회사인 하와이안 일렉트릭 인더스트리(HEI)가 이번 소송 합의금 중 19억9천만달러(약 2조7천100억원)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체 합의금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액수다.
AP통신에 따르면 산불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변호사 길버트 키스-아거란은 이번 합의금에 대해 “형편없이 부족하다”면서도 주요 피고인 하와이안 일렉트릭의 한정된 자산과 파산 가능성을 고려할 때 원고들이 받아들여야 할 금액이었다고 말했다.
1년 전 화재로 집을 잃은 피해자 토머스 레너드는 소송 당사자간 합의가 이뤄졌다는 소식을 반기며 “우리에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무언가가 생겼다. 재건을 위해서는 그 돈이 필요하다”고 AP에 말했다.
지난해 8월 8일 마우이섬 서부 해안마을 라하이나 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총 102명의 사망자를 내고 3천에이커(12.1㎢)가 넘는 면적을 태웠으며 2천200여채의 건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 산불은 하와이 역사상 최악의 재해로 기록됐다.
마우이 카운티와 피해 주민들은 강풍으로 끊긴 전선에서 튄 불꽃을 화재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전력망 관리업체인 하와이안 일렉트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자들은 또 당국이 화재 경보를 즉각 발령하지 않아 대피를 지연시켰다며 마우이 카운티와 주 정부를 상대로도 소송을 냈다.
AP는 이 산불과 관련해 제기된 소송이 총 600여건에 달한다고 전했다.(LA=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