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탑동시민농장에서 고개 숙인 해바라기 위로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올해 최악의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계속 불어 밤 기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밤(오후 6시 1분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 연속 발생일 기록은 매일 경신되고 있다.
올해 들어 이달 4일까지 전국 평균 열대야 발생 일은 12일로, 평년 같은 기간(3.7일)보다 훨씬 길다. 나아가 이 수치는 ‘사상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던 2018년 같은 기간(9.5일)보다도 더 많다.
서울은 보름째 열대야가 계속됐는데, 이는 1908년 이후 4번째로 길게 열대야가 이어지는 것이다. 서울에서 가장 길게 열대야가 이어진 때는 2018년 여름(7월 21일부터 8월 15일까지 26일)이다.
전북 전주는 11일째, 경북 포항은 12일째, 인천은 13일째, 광주는 15일째, 대구와 충북 청주는 16일째 연속으로 열대야를 겪고 있다.
밤에도 최저기온이 3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은 ‘초열대야’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국 97개 기후관측지점의 올여름 최저기온 기록을 보면 강원 강릉과 속초에서 각각 2차례씩 총 4차례 일최저기온이 30도 이상이었다.
29도 이상, 30도에 육박한 경우는 5차례이다. 강릉이 3차례, 같은 강원도의 동해와 제주가 각각 1차례다.
강원 강릉지역에 지난달 19일부터 16일째 열대야가 나타난 가운데 자정이 넘은 4일 새벽 경포해수욕장 백사장이 더위를 피해 나온 피서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 |
눈길을 끄는 점은 일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일은 4일까지 전국 평균 10.2일로, 2018년(20.5일)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는 현재 더위가 2018년 같은 ‘땡볕’ 더위라기보다 ‘찜통’ 더위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2018년 7월 1일부터 8월 4일까지 서울 일조시간과 일사량은 각각 273.5시간과 646.91MJ/㎡인데, 올해 같은 기간 일조시간과 일사량은 121.0시간과 473.78MJ/㎡에 그친다.
반면 7월과 8월 1~4일 전국 평균 상대습도는 2018년이 77%와 68%이고, 올해가 83%와 79%로 올해가 훨씬 높다.
일사량과 습도에서 보듯 햇볕보다 북태평양고기압에서 부는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더위의 주원인인 점은 곧 열대야가 기록적으로 이어지는 상황과 연결된다.
고온다습한 공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유입되기에 해가 지고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매일 열대야가 나타나는 것이다.
강원 강릉에 17일째 열대야가 이어진 5일 새벽 경포해변 송림에서 피서객들이 돗자리를 깔고 잠을 자고 있다. [연합] |
특히 현재 한반도는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이중으로 덮고 있어 열이 들어오기만 하고 빠져나가지는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삼복더위 중에 두꺼운 이불로 온몸을 감싼 채 증기를 쐬고 있는 셈이어서 밤에도 낮만큼 더울 수밖에 없다.
또 대기 중 풍부한 수증기가 밤중 지표면에서 방출된 에너지를 대기권 내에 가둬 열대야를 부추기고 있다.
현재 찜통더위를 일으킨 기압계에는 당분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발표한 15일까지 중기예보에서 기온은 아침 23~27도, 낮 30~35도로 지금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일체감온도는 최고 35도 내외까지 오르며 열대야가 이어지는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