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던졌다” 초토화된 日 증시…전망은 더 암울 [디브리핑]

2일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한 남성이 닛케이225 주가가 표시된 전광판을 보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5일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12% 급락 마감했다. 이날 아시아 주요 증시가 대부분 폭락했지만 일본의 낙폭이 가장 컸다.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 예고로 엔화 가치가 올라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고, 주요 기업의 실적이 부진에 반등 요소가 적기 때문이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증시는 미국 경기와 엔/달러 환율의 영향으로 미국 증시보다 하락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06% 나스닥지수는 3.35% 급락한 가운데, 같은 기간 닛케이는 10% 이상 떨어졌다.

이날도 일본 주식은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장 대비 12.4% 내린 3만1458.42으로 마감했다. 닛케이지수는 장 초반부터 7.07% 수직 추락하는 등 심상치 않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교도통신은 이날 하락세가 1987년 10월 20일 ‘블랙 먼데이’를 뛰어넘어 사상 최대라고 전했다. 닛케이는 “올해 초 4만을 돌파했던 닛케이지수는 지난해 말 종가 3만3464보다도 낮다”고 전했다. 닛케이 기초연구소 이데 마코토 주식 전략가는 “판매가 판매를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닛케이지수는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단기 정책금리를 인상한 지난달 31일에 1.49% 상승했지만 지난 1일부터 급락했다. 3거래일 기준 닛케이지수 성적은 2011년 대지진 당시 이후 최악이며, 지난달 11일 고점 대비 20%가량 하락한 상태다. 일본의 다른 주가지수인 토픽스는 7.8% 급락 출발해 서킷브레이커(거래 일시 중지)가 발동했으며, 전장 대비 5.74% 내린 채 거래되고 있다.

닛케이는 “해외 기관투자자, 헤지펀드, 개인투자자 모두가 주식을 던지고 있다”며 “바닥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저가를 매수하는 움직임도 나오지 어렵다. 일본 주식의 시련이 이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2일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시민들이 닛케이225 주가가 표시된 전광판을 지나가고 있다. [EPA]

이번 폭락은 미국 고용 통계가 원인을 제공하긴 했지만 일본 기업 실적 부진도 한 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일본 체감 경기가 3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일본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들의 2024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예상 이익을 바탕으로 닛케이 전체 종목을 분석한 결과, 평균 주당순이익(PER 14.9배로 올해 들어 처음으로 15배 아래로 떨어졌다.

기관투자가가 중시하는 토픽스 지수(TOPIX)를 분석했을 때도 PER는 13.3배로 추정됐다. 닛케이는 2013년 아베노믹스 이후 PER는 평균 14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필립 증권의 기타 노이치도 “(일본 주식이) 과도한 판매 영향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본 주식에 대한 입장을 ‘중립’에서 ‘매수’로 전환했다.

5일 일본 도쿄에서 한 딜러가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 환율을 보여주는 모니터를 지나가고 있다. [EPA]

미국 경기 침체 우려도 일본 주가 폭락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2일 발표된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에서 실업률이 4.3%를 기록해 약 3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인플레이션에 집중하던 시장 관심은 이제 고용으로 넘어가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매도세가 이어졌다.

엔화 강세도 일본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날에만 엔/달러 환율은 도쿄 외환시장에서 일시적으로 142엔대까지 하락해 142.60엔으로 마감했다. 엔/달러 환율이 142엔대로 떨어진 것은 올해 1월 이후 처음이다. 피크테 재팬의 이토시마 타카토시 전략가는 “엔/달러 환율이 145엔 수준이었는데 갑자기 엔고가 진행돼 투자자들은 이를 의식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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