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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윤호 기자]검찰이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모회사인 큐텐 그룹과 티몬·위메프 경영진이 심각한 재무 위기를 언제부터 인식했는지 규명하는 게 검찰 수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반부패수사1부장)은 지난 1∼2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과 지난 2일 이시준 큐텐 재무본부장의 진술 내용 등을 토대로 이번 사태가 어디서부터 초래됐는지, 경영진은 재무 위기를 언제 인식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주 압수수색한 사무실·주거지 10곳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는 이날 추가 압수수색을 벌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1조원대 사기 혐의와 400억원의 횡령 혐의를 잠정적으로 적시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거래 당시 약정된 의무를 이행할 의사와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의로 상대방을 속여 거래했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
티몬과 위메프, 큐텐이 자금 경색 상황을 사전에 인식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은 적지 않다. 티몬과 위메프는 최근 선불충전금 티몬캐시와 각종 상품권을 선주문 후사용 방식으로 대폭 할인 판매했는데, 단기 자금 확보를 위해 손해를 무릅쓰고 무리한 프로모션을 벌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위메프는 지난달 11일 판매대금 정산 지연 문제에 대해 “정산시스템 문제”라고 밝혔고, 큐텐도 같은 달 17일 “플랫폼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일어난 전산 시스템 장애”라며 영업을 지속했다.
이에 대해 이미 사업이 중대한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폭탄 돌리기’ 식으로 사업 수명을 연장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애초에 큐텐 그룹이 자본잠식 상태인 티몬과 위메프를 사들인 뒤 무리한 판촉 행사로 거래량 늘리기에 매진했을 때부터 지금의 미정산 사태는 예견된 것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에선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소비자를 묶어두는 ‘잠금효과’를 노리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적잖은 만큼 적자 영업을 했다는 것만으로 사기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현안 질의에서 자금 운용과 관련해 “이 문제는 어떤 사기나 의도를 가지고 했다기보다 계속적으로 이뤄졌다. 십수년간 누적된 행태였다”고 발언했다. 그는 “경쟁 환경이 격화되고 공격적으로 마케팅한 건 있다. 대부분 돈은 전용이 아니라 가격경쟁을 하다 보니까 그 돈을 대부분 프로모션으로…(썼다)”라고도 했다.
이는 이번 사태와 유사한 사례로 꼽히는 머지포인트 운영자들이 내놓았던 주장이기도 하다.
머지포인트 측은 2022년 2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됐을 때 “아마존 같은 기업도 초기 적자를 감수하면서 버틴다. 우리도 버텨가는 중이었는데 금감원과 일이 꼬이면서 갑자기 회사가 셧다운된 케이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법원은 이들이 계속 손실이 누적되고 달리 수익을 창출할 방법이 없는 구조하에서 돌려막기식으로 사업을 운영했다며 경영진 두 명에 대해 징역 4년과 8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들은 2020년 1월부터 머지포인트를 판매했는데, 법원은 같은 해 4월에는 전자금융업 등록을 위한 재무 건전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언제든 사업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보고 5월 이후 판매분을 사기 금액으로 인정했다.
티몬과 위메프가 새로 들어온 판매대금을 기존 판매대금 정산에 썼다는 점은 상당 부분 드러난 사실인 만큼, 검찰은 이들이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을 인식했는지와 그 시점은 언제인지 등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검찰은 티몬·위메프의 판매자 이용 약관, 관련자 진술 등을 검토해 이들 회사가 수수료를 제외한 판매대금을 운용할 권한이 있었는지도 따져볼 방침이다. 만약 판매대금 정산에만 쓰도록 용도가 정해진 돈을 모그룹의 계열사 인수·합병(M&A)이나 자체 프로모션에 썼다면 횡령에 해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