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연합] |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지역 소재 한 수련병원 내과 교수 A씨는 최근 전공의 복귀를 설득하는 문자를 보냈지만, “내과에서 보낸 1년이 아깝다”는 답장을 받았다. 다른 전공의들과는 모두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전공의 공백을 메우던 교수들의 사직 역시 이어지고 있다. A씨는 “처음에야 (의대 증원) 정책 철회 가능성이 보여 열심히 했지만, 지금은 희망이 없다”며 “서울에서도 대학병원 교수 자리가 비어있다며 연락이 계속 오고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최근 이뤄진 하반기 전공의 모집마저 지원율이 1%대에 그치면서 의료계 전반에 인력이탈이 확산할 것이란 전망도 커지고 있다. 앞서 의대 교수 집단사직은 실제 여파가 크지 않았지만, 이들의 업무 가중이 이어지면서 뒤늦게 대규모 사직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간호사 역시 병원들 적자가 누적되며 신규 채용이 끊긴 상태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이탈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전공의 복귀를 위한 설득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이들의 공백을 직접 메우고 있는 대학병원 소속 교수들이 사직 전공의들과 접촉을 시도하고도 있지만, 이렇다 할 움직임은 이끌어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수련병원 교수 B씨는 전공의 복귀를 설득하기 위해 교수들 차원에서 지원금을 모아 전달하려 했다. 하지만 전공의로부터 거절을 당했다. B씨는 “전공의 측으로부터 ‘진짜 그만둔 거다. 돈은 필요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복귀를 설득할 근거도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정부는 앞서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을 사직 처리한 이후, 하반기 모집을 실시했지만 지원 인원은 전체 모집 인원 7645명의 1.36%(104명)에 그쳤다. 이번 하반기 모집에선 전공의 복귀를 독려하기 위해 사직 전공의가 1년 내 동일 연차에 동일 과목으로 다른 병원에 지원하는 것에 대한 제한까지 풀었지만 실제 복귀는 극히 저조했다. 이에 정부는 이달 중 추가 모집을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의료계에선 지원율에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이란 회의적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의정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 |
전공의 이탈의 여파로 교수들의 집단사직도 규모가 점차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취합한 국립대병원 교수 사직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전국 국립대병원 14곳에서 이미 223명이 사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전체 사직 인원(280명)의 79.6%로, 올해 전체 사직자 규모는 지난해를 크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사직률이 높았던 전공과목은 방사선종양학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기피과목이었다.
앞서 의대 교수들은 집단사직을 결의했으나 당시에 실제 의료 현장을 떠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이들의 업무 가중이 계속되고 있는만큼 이들의 사직이 뒤늦게 현실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의대 교수는 “3월 당시 집단사직은 정부에 보내는 항의의 메시지가 더욱 컸기 때문에, 사직서를 취합만 하고 대학 본부에 전달은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집단사직 결의 때보다 사직하는 인원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병원들의 적자가 계속되며 간호사 채용도 끊긴 상태다. 통상 6월에 실시하는 대형병원의 하반기 신규 간호사 채용은 대부분 취소된 상태다. 기존에 뽑은 대기 간호사 발령도 연기되면서, 간호대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1년 전부터 이뤄졌던 대형병원들의 사전채용도 연쇄적으로 끊겼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떠난 기피과에 일반간호사들이 투입되며 업무 과부하가 걸린 상황인데, 병원 경영이 어렵다며 신규 채용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