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불거진 경기 침체(Recession)에 대한 공포가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증시를 강타하면서 국내 증시의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고용 쇼크와 인공지능(AI) 주가 거품론까지 불거지면서 미 뉴욕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이틀 연속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코스피·코스닥 지수의 추가적인 약세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중동에서 불거지고 있는 전면전 리스크도 국내 증시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43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3.56포인트(3.50%) 하락한 2582.63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64.89포인트(2.42%) 내린 2611.30으로 출발해 낙폭을 키우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23.94포인트(3.07%) 내린 755.39다.
코스피는 5일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공포로 바뀐 충격을 그대로 흡수하면서 3% 넘게 급락, 2600선이 붕괴되는 등 ‘블랙먼데이’로 한 주를 시작했다.
앞서 기술주 중심의 미 나스닥 지수는 지난 1일(현지시간) 2.3% 급락한 데 이어 2일(현지시간)에도 2.4% 떨어진 1만6776.16으로 장을 마쳤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5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84% 하락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나홀로 호황’을 누려왔던 미국 경제의 침체 신호가 주가 하락의 도화선이 된 모양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7월21∼2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4만9000건으로 한 주 전보다 1만4000건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첫째 주간(25만8000건) 이후 약 1년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7월 실업률까지 4.3%로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자 시장은 뒤집어졌다.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도 시장 전망(17만5000건 수준)에 못 미치는 11만4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월가에선 미국 경기침체의 가늠자 중 하나로 거론되는 ‘삼의 법칙(Sahm Rule)’이 발동됐다. 삼의 법칙은 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이동평균치가 앞선 12개월 중 기록했던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에 따르면 7월 실업률 기준 삼의 법칙 지표는 0.53%포인트다.
이 법칙은 지금까지 거의 모든 경우 미국 경기침체를 제대로 가리켰다. 이 법칙을 2019년 정립했던 클로디아 삼 연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1950년부터 미국에서 발생한 11번의 경기침체 중 1959년 한 번을 제외하면 모두 삼의 법칙이 들어맞았다.
AI 산업의 수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도 지수 하락을 부추긴 이유로 손꼽힌다.
이밖에 일본 중앙은행(BOJ)의 금리 인상 단행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물량 확대와 중동 지정학적 위기,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 수혜주로 돈이 몰리는 현상) 등 여러 악재도 국내 증시에 찬물을 끼얹은 악재로 손꼽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동결이 아닌 인하 결정을 내렸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9월에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스텝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나타난 ‘패닉셀’의 여파가 5일 국내 증시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2일 코스피 지수는 하루에만 101.49포인트(3.65%) 내리며 2020년 3월19일(133.56포인트) 이후 4년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700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 6월5일(2689.50)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미국발 ‘R의 공포’에 ‘AI 거품론’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시총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표 반도체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낙폭이 컸던 점도 지난 2일 급락세를 이끈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미국 경제는 견조하기 때문에 패닉에 빠질 필요가 없다는 신중론도 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연준은 단 하나의 경제지표에 과잉 반응하지 않는다”며 7월 고용지표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1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에서 암살된 가운데 이르면 5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성 공격을 단행할 것이란 외신 보도가 나온 점은 증시 불안감을 키울 요인으로 꼽힌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