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앤컴퍼니 본사 테크노플렉스 전경 [한국앤컴퍼니 제공] |
[헤럴드경제=양대근·김성우 기자] 대법원이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 재항고 청구를 기각하면서 한국앤컴퍼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조현범 회장의 승리로 끝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오너가인 조희경 이사장이 맡고 있는 한국타이어나눔재단의 운영 상황을 두고 재계에서 뒷말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타이어나눔재단은 지난 1990년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조양래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설립됐다. 조 회장의 누나이자 장녀인 조 이사장이 2018년부터 이사장에 선임돼 재단을 이끌어가고 있다.
5일 재계 등에 따르면 조 이사장 취임 이후 한국타이어나눔재단은 조 명예회장의 설립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명예회장은 이 재단에 2018년부터 3년 동안 90억원에 가까운 사재를 출연한 반면 이 기간 동안 조 이사장의 기부액은 약 40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한 조 이사장은 재단 이사진을 최측근 및 관계자들로 교체했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자 조 명예회장은 조 이사장에게 자리에서 사퇴할 것을 간곡히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조 이사장 측은 지난 6월 25일 한 특허법인을 통해 ‘만우미래재단’과 ‘만우조홍제재단’ 상표권을 출원해 다시 논란이 커졌다. 이를 두고 재단 설립자인 조 명예회장과 효성그룹 측의 동의 없이 효성그룹 창업자이자 할아버지인 고(故) 조홍제 회장의 이름과 호(만우)를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조 이사장 측 한 관계자는 “한국앤컴퍼니그룹이 (재단에 대한) 지원을 끊었을 당시 당시 서운한 마음에 별도의 이름을 고안하게 된 것”이라면서 “앞서 오래전에 상표권 출원을 진행했고, 결론이 이제서야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새로 출원한 재단 명칭에 할아버지까지 끌어들이며 스스로 논란을 키우는 모습”이라며 “현 상황이 이어질 경우 명분없는 버티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단 사유화 논란과 관련 조 명예회장 측은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조 명예회장이 30여년 전 재단을 설립했던 순수한 취지에 부합하는 새로운 복지재단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한국타이어나눔재단과의 관계를 다시 정립하고 있다. 지난 6월 그룹 측은 서울중앙지법에 사회복지재단 한국타이어나눔재단을 상대로 ‘한국타이어 명칭 사용금지 등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양측이 관계를 단절한 만큼 재단 이름에 들어가 있는 ‘한국타이어’가 빠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재단 운영이 조 명예회장의 취지와는 정반대로 가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꼈다”면서 “향후 조 명예회장 의지를 반영한 그룹 차원의 신설 재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 특별1부는 지난달 30일 조 이사장이 조 명예회장에 대해 청구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의 재항고를 최종 기각했다. 항소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추가 심리 없이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최종 마무리됐다.
이에 대해 조 이사장은 입장문을 내고 “4년간 법은 한 번도 정의롭지 못했고, 진실을 확인하려 하지 않았으며, 양쪽의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그는 조 명예회장에 대해 “치료받아야 하는 사람인데도 재벌 회장으로 숨겨지고 감춰졌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조 이사장은 2020년 6월 조 명예회장이 한국앤컴퍼니그룹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당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식 전부(2400억원어치)를 차남인 조 회장(당시 사장)에게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자 한 달 뒤 한정후견 심판 개시를 청구했다.
한정후견은 노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들에게 후견인을 선임해 돕는 제도인 성년후’의 한 종류다. 사무 처리 능력이 결여된 정도가 심하면 성년후견, 일부 제약이 있는 정도라면 한정후견으로 나뉜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조 이사장 측 입장에 대해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조 이사장 측이 제기한 조 명예회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서는 “조 명예회장은 현재 사내 휘트니스센터에서 주기적으로 PT를 받고 있으며, 지난 3월에는 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장례식장에서 4일 내내 빈소를 지키기도 했다”며 전면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