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전세계 주식시장이 동시에 급락하는 최악의 ‘블랙 먼데이’를 맞이한 것은 미국 경기 둔화 우려도 있지만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공포가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은행의 섣부른 금리 인상이 폭락장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다.
로이터통신은 5일(현지시간) 시장 예상치보다 악화한 미국의 고용 데이터가 매도세의 촉매제가 됐으며, 가치가 반등한 엔화에서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발생하면서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켰다고 분석했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였던 일본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특히 미국이 고금리를 유지하면서 양국의 금리 및 환율 차이가 엔캐리 트레이드를 부추겼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지난주 금리를 올렸고, 미국은 곧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해외 자산을 매도하고 일본으로 돌아가는 자금이 증가하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대거 이뤄졌다.
이날 아시아 증시가 개장하자 엔 캐리 트레이드가 본격적으로 청산되면서 일본 주요 주가지수인 닛케이가 12% 이상 폭락하는 등 글로벌 증시 하락세가 본격화했다.
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AFP] |
엔화 가치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 역시 엔캐리 트레이드를 부채질하는 요소 중 하나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미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높아질수록 즉 미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이 낮아질수록 손해를 볼 수 있어 청산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야르데니 리서치의 최고경영자(CEO) 에드 야르데니는 “미국 주식의 매도세 상당 부분이 일본의 움직임에 기인한다”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는 투기꾼들이 일본에서 저금리로 빌린 돈을 엔비디아 등 ‘매그니피센트 세븐’ 기술주에 투자하면서 발생했다”며 “엔캐리가 청산됨에 따라 미국 기술주가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엔비디아는 5%대 하락했으며 애플도 4% 내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이달 들어 6% 하락했는데 이는 대형주 벤치마크인 S&P500지수의 4%대 낙폭보다 크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대 규모였던 엔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의 정리 과정에서 주식시장의 혼란을 피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키트 주크스 수석 외환 전략가는 “몇 개의 머리통을 부수지 않고서 세계 최대 규모의 캐리 트레이드를 정리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지속으로 당분간 주식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이어가겠지만 이 같은 혼란이 어느 정도 제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