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쇼크’ 진화 나서는 이코노미스트들…“경기침체로 보긴 이르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한 트레이더가 심각한 얼굴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2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하면서 미국 경제침체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애널리스트들과 경제전문가들은 아직 공황상태에 빠지기는 이르며 경제는 여전히 건재한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미국인들이 아직 소비를 지속하는 와중에 서비스업 구매자 관리지수도 이날 긍정적인 지표를 보였다는 것을 근거로 삼았다.

미국 CN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현재의 발생하는 매도세는 투자자들이 인위적으로 주식 가치를 끌어올린 레버리지를 풀어내려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조 브루수엘라 RSM U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것은 경기침체 신호가 아니다”며 “이것은 투자자들이 전세계적으로 금융완화 상태의 과도기에서 적응하는 과정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주요 인사 중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꼽히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이날 연준은 지표 하나에 과잉 반응하지 않으며 만약 문제 발생 시 이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미 CNBC 방송 인터뷰에서 “고용지표가 기대보다 약하게 나왔지만 아직 경기침체 상황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아시아·유럽의 주요 증시가 폭락한 데 이어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2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33.99포인트(-2.60%) 내린 3만8703.27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0.23포인트(-3.00%) 내린 5186.3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76.08포인트(-3.43%) 내린 1만6200.08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이날 다우지수와 S&P 500 지수는 지난 2022년 9월 13일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5일(현지시간) 오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시황을 살피고 있다. [AFP]

그러나 미국 증시가 이날 하락장으로 마감했음에도 7월 미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경제 활동 확장세를 뜻하는 ‘50’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 것을 근거로 경기 침체를 확신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이날 7월 미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1.4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대비 2.6포인트 오른 것이자, 미국 월가가 전망했던 51.0보다도 다소 높은 수치다.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는 기업의 비제조업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신규 주문, 생산, 고용 재고 등 경기 상황을 조사해 산출하는 지수다. 이 지수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와 함께 다른 지표보다 경제 흐름을 빠르게 반영하기에 경제 전문가들이 이 수치를 주시하고 있다.

조지 라가리아스 포비스 마자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이날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주식과 채권 시장의 동향에 대해 “미국 경기 침체 때문이 아니다”며 “예상보다 좋지 않은 거시 경제 데이터로 인해 주식은 자연스럽게 조정되고 채권은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바이낸스의 자회사 바이낸스마켓(BML)의 테드 알렉산더 최고투자책임자(COO)는 CNBC에 “주식이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한다면 이번 개편은 실제로 주식 투자자들을 다시 불러들일 수도 있다”며 “주식시장은 아직 익지 않았다. 기술과 성장 가능성에 포기하지 말라”고 말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수석 경제학자 토르스텐 슬뢰크는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이 한 방향으로만 가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주가가 폭락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중”이라며 “지난 2일 미국 실업률 지표 하나로 투자자들의 경각심을 깨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AFP]

한편 최근 증시 쇼크가 지속될 경우 바이든 행정부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직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증시 쇼크를 경기침체로 연결 짓는 의견은 적지만 시장에서 이 같은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바이든 행정부를 비롯해 현재 선거 활동에 나서고 있는 해리스 부통령 캠프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미 미 공화당에선 이번 증시 쇼크에 대한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이것이 바로 해리스와 바이든식의 경제”이라고 게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카멀라 크래쉬(Kamala Crash)’라고 적었다. 해당 문구는 해리스가 부통령으로 재임 중인 현재 또는 미래에 대공황이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번 증시 급락을 해리스 부통령 책임으로 돌리며 경기 비관론을 부추긴 것이다.

울프리서치의 토빈 마커스는 “지난 이틀 간의 심상치 않은 시장 전개가 바이든 행정부나 해리스 캠프의 경제 메시지를 반드시 근본적으로 바꾸진 못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앞으로 며칠간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그들은 이에 직접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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