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교에 설치된 교통표지판 너머로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연합] |
[헤럴드경제=안대용·김진·신현주·양근혁 기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국면이 이어진 ‘7월 국회’가 종료되자마자 새로 시작된 ‘8월 국회’도 첫날부터 여야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충돌했다. 22대 국회가 문을 연 후 의석수를 앞세운 야당의 당론법안 입법 공세와 이를 막으려는 여당의 필리버스터가 반복되면서 국회 일정도 쉼없이 내달리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7말8초’로 불리는 7월말부터 8월초 사이에는 의원들이 각자 휴가를 쓰거나 지역구를 챙기는 방식 등으로 시간을 보내왔다. 하지만 틈이 보이지 않는 여야 갈등에 몰아치는 일정으로 22대 국회 첫 정기국회로 들어서기 전부터 여도 야도 ‘방전’을 토로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성과는 없는데 정작 힘만 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자조를 넘어 “이건 좀 아니지 않느냐”는 자성까지도 나온다.
6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아직 구체적 휴가 계획을 잡지 못했다. 22대 국회 입법 주도권을 쥔 원내1당의 원내대표로서 주요 법안 처리를 지휘해야 하는데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직무대행 역할을 겸하고 있어 당무 관련 일정도 빼곡하기 때문이다. 여당의 원내 사안을 이끄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휴가 일정을 정하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도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의 경우 7월 임시국회가 28일 종료된 후 광복절까지 ‘휴지기’였고 8월 16일에 8월 임시국회가 시작됐다. 그 사이 기간 동안 당시 여야 대표였던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각각 휴가를 다녀왔고, 당시 여야 원내대표였던 윤재옥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광온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자당대표와 번갈아 휴가를 떠났다.
여야 모두 쉼없이 돌아가는 현 상황을 ‘비정상’이라 진단한다. 다만 여당은 야당의 입법권 남용 때문이라고 날을 세우고,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여당의 ‘보여주기식’ 필리버스터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수도권 지역구의 한 의원은 “국회가 굉장히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지 않나”라며 “역대 이렇게 많은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적이 있었나”라고 말했다. 또 여당을 향해선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안 하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오늘도 의원들이랑 이야기를 나눴는데 지금 국회가 완전히 비정상”이라며 “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응하는 데 모든 국회 일정을 맞춰놨는데 정작 해야 할 것은 못하고 탄핵, 특검 같은 정치과잉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지칠대로 지친 상황에서 내부적인 전략이나 대응 방식을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금처럼 몰아치기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 지지자가 아닌 사람들도 설득할 수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휴지기가 필요한데 이미 피로감이 엄청 크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또 다른 중진 의원은 “필리버스터도 계속한다고 하면 국민들이 보기에도 지겹지 않겠나”라며 “지금 사실 필리버스터 말고 현장도 가고 굵직한 어젠다도 언급하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민주당 탓만 하고 싶지 않은데 국민의힘 입장에서 선택지가 몇 개 없다”며 “여당이긴 하지만 당정협의를 해도 법안을 개정해야 할 것이 수두룩한데 다들 지치기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보좌진들도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한다. 야당 의원실 소속 한 보좌진은 “이제 조금 더 있으면 결산을 해야 하고 다음 달에 정기국회, 그 다음 국정감사로 이어지는데 국회가 이렇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일정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