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거 뉴욕증시에서 기록적인 낙폭을 기록한 사례로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 1998년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 사태, 2008년 글로멀 금융위기가 있었다면서 현재 상황이 1987년 미국 증시 폭락 사태의 ‘순한’ 버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1987년 10월 19일에 발생한 ‘블랙먼데이’에도 뉴욕증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변화를 앞두고 대폭 조정이 이뤄졌다.
폭락이 시작되기 전까지 뉴욕 증시가 호황이었다는 사실도 현 상황과 유사한 점으로 꼽힌다. S&P 500은 1987년 8월 정점에 도달할 때까지 그 해에만 33% 상승했다.
올해도 S&P 500은 최고치에 도달하기까지 8개월 동안 33% 상승해 당시와 유사하다. 1987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상승은 긴축 통화 정책과 높은 채권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발생했다.
다만 1987년 폭락이 미국 경기 침체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이후 연준이 통화정책 완화로 유동성을 공급하자 2년 안에 시장은 모든 손실을 회복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비슷한 지적을 내놨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는 블룸버그TV에서 “이번 폭락은 하루 만에 다우존스가 23%나 떨어진 1987년의 블랙 먼데이를 떠올리게 했다”며 “물론 그 상황은 공포스러웠지만 경제 침체의 전조는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초 은행 실적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떨어진 바 있지만 미국 경제가 계속해서 좋아지면서 주가 하락은 빠르게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WSJ은 ‘닷컴 버블’이 있었던 “1998년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사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1998년과 2008년의 경우 금융 회사의 위기가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지만 현재 증시에 타격을 입힐만한 금융 사건이 없기 때문이다.
1998년에는 롱텀캐피탈메니지먼트가 상당한 자금을 끌어들였다가 러시아 모라토리엄(채무상황 유예)로 파산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당시 롱텀캐피탈메니지먼트는 주식 시장을 움직일만한 큰 회사였고, 연준은 금리를 세 번 인하하며 사태를 진정시켰다. 주가는 4개월만에 회복됐지만 이후 IT기업에 대한 거품이 꺼지면서 발생한 닷컴 버블을 부추기는 계기가 돼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김빛나 기자